비즈니스

책 생각나는 봄, 일하기 좋은 출판사는?

[데이터J] 워라밸 좋은 길벗, 종합 1위…복지·급여는 다산북스

2021. 04. 16 (금) 17:48 | 최종 업데이트 2021. 12. 09 (목) 08:22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다. 

이는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데스와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쓴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날과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에서 책을 사는 이에게 꽃을 선물했던 세인트 조지 축일에서 유래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 관련 기관들도 이날을 맞아 북 콘서트, 책 나눔 행사 등을 진행한다. 과거 책의 날 행사에서는 작가와 독자가 주인공이었다면, 최근에는 동네 서점, 출판사들이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행사가 늘었다. 책마다 리뷰를 달아주는 것으로 유명한 속초의 서점 '문우당서림'과 출판사 민음사는 오는 21일 유튜브를 통해 '책 만드는 사람과 책 파는 사람의 수다'라는 제목의 토크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2018년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독립출판으로 출간돼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오른 뒤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며 '책을 만들고, 파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알아봤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것은 어떨까? 

<컴퍼니타임스>는 2020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출판사 전·현직원들이 잡플래닛에 남긴 리뷰를 바탕으로 '일하기 좋은 출판사'를 찾았다. 총만족도 점수에 △복지·급여 △승진 기회·가능성 △워라밸(업무와 삶의 균형) △사내문화 △경영진 평가 등을 반영했다. 만점은 10점이다.
도서출판 길벗 ⭐️ 7.11 ⇒ 리뷰 보러가기 
도서출판 길벗이 총점 7점을 넘어 '일하기 좋은 출판사' 1위에 올랐다. 

길벗은 '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한다는 취지의 학습서 '시나공' 시리즈와 여행, 회화 분야의 '무작정 따라하기' 등으로 알려진 출판사다. 교재 외에도 다수의 인문, 교양, 자녀 교육, 경제/경영 분야 등 거의 모든 영역의 책을 만든다.

총만족도가 3.57점, 워라밸이 4.43점, 경영진이 3.07점으로 세 항목에서 출판사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사내에 전반적으로 '눈치 보지 않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이다. '수평적인 의사소통' '상사 눈치 보지 않는 연차 사용' '자율 출퇴근 제도'와 같은 사내문화가 높은 워라밸 점수를 만든 듯하다. 

연간 100만 원 규모로 지원되는 교육비와 여행, 자녀 교육 등의 목적으로 연간 132만 원 지원되는 문화비에 대한 호평이 더러 보인다. 금융/재무 직군의 전 직원은 지난 1월 남긴 리뷰에서 '출판사 치고 급여나 복리후생이 나쁘지 않다'며 회사의 복지에 대한 노력을 높이 평했다. 잡플래닛 연봉탐색기에 따르면 도서출판 길벗의 평균 연봉은 약 4300만 원선, 1년차 신입 사원의 예상 연봉은 3150만 원 내외다. 

다만 '개인주의'가 강한 문화는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개인주의가 강해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끼거나 회사의 성장이 개인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산북스 ⭐️ 6.79 ⇒ 리뷰 보러가기
다산북스가 총점 6.79점으로 도서출판 길벗의 뒤를 이어 2위에 올랐다. 

'Who?' 시리즈로 유명한 다산북스는 <돈 공부는 처음이라>, <부의 확장>, <돈의 시나리오>와 같은 재테크 서적부터 로맨스, 미스터리 장르의 웹툰, 웹소설까지 출판 영역을 넓히고 있다. 출판 뿐 아니라 교육, 디지털콘텐츠, 뉴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는데, 복합문화공간 '다산북살롱'과 영어 교육 기관 '큰소리영어' 등을 운영 중이다. 

복지 및 급여 항목에서 5점 만점에 3.93점을 받아 출판사 중 1위를 기록했다. 미디어/홍보 직군의 현 직원은 3월에 작성한 리뷰에서 "업계의 다른 회사에 비해 복지가 좋은 편.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평을 남겼다. 

잡플래닛 리뷰에 따르면 다산북스는 매년 초 인사평가를 통해 급여 인상를 진행하고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매월 문화비 지원, 명절 상여금 지급, 연차 차감 없이 여름/겨울 휴가 지원 등의 복지를 실천하고 있다. 

승진 기회 및 가능성 항목에서도 3.6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마케팅 직군의 전 직원은 지난 1월 "업무가 적성에 잘 맞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직무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며 다산북스 재직 경험이 개인의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고 평했다. 

다만, 지나치게 반복되는 회의와 불필요한 문서 작업, 회사의 모든 관심이 매출에 집중되는 성과 우선 주의 등이 불편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학동네 ⭐️ 6.56 ⇒ 리뷰 보러가기
문학동네가 총점 6.56점으로 3위에 자리했다. 

문학동네는 1993년 문학 전문 출판사로 시작했다. '창비' '문학과 지성사', 두 출판사가 문학계를 지배하던 때에 '선인세' 제도를 도입해 문학동네로 젊은 작가들의 유입을 유도했다. 가장 대표적인 이가 김영하 작가다. 1995년 <거울에 대한 명상>으로 등단한 김영하 작가는 문학지의 청탁을 기다리던 업계 관행을 깨고 적극적으로 문학동네에 작품을 투고하며 대부분의 책을 문학동네에서 냈다. 

문학동네는 이후 2001년 <연금술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을 출간하면서 세계 문학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는 연간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북클럽 문학동네'와 '젊은 작가상' '문학동네 소설상' 등의 공모전을 운영한다.  

문학동네는 사내문화 부문 만족도 3.1점으로 출판사 중 3번째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디어/홍보 분야의 전 직원은 지난해 8월 "편집자가 대우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이라며 직원을 존중하는 회사의 분위기를 호평했다. 문학동네는 복지 및 급여 측면에서도 3.5점으로 3위에 올랐다. 

잡플래닛 연봉탐색기에 따르면 문학동네의 평균 연봉은 약 4900만 원, 신입 사원의 예상 연봉은 2900만 원 수준이다. 문학동네 직원들은 파주출판도시에서 합정역까지 단독으로 운행하는 출퇴근 셔틀버스, 전직원에 신간 증정, 독서 휴일, 서점 방문 자기계발비 등 복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끝없는 회의로 업무시간이 늦어지면 반복되는 야근' '야근수당이 없고 융통성 없는 체제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며 업무 방식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위즈덤하우스미디어그룹 ⭐️ 6.52 ⇒ 리뷰 보러가기
위즈덤하우스미디어그룹이 일하기 좋은 출판사 순위에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위즈덤하우스미디어그룹은 아마존닷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유일한 책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김이나 작사가의 산문집 <보통의 언어들> 등을 베스트셀러에 올렸다. 2019년에는 71세에 전업 유튜버로 전직한 박막례의 에세이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등으로 그 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배출 출판사 5위에 오르기도 했다. 

회사는 워라밸 항목에서 3.6점을 받아 2위에 올랐다. 미디어/홍보 파트의 현직자는 지난 2월 "재택근무와 탄력근무제 도입 후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며 코로나19 발생 후 상황을 반영한 회사의 업무 방식 변화에 호의적으로 답했다. 

경영진에 대한 평가는 2.6점으로 워라밸 항목에 비해 낮았다. 직원들은 '불필요한 회의' '매출, 성과에 대한 압박' '핵심 목표를 사원까지 수립하는 것은 다소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한 현직자는 지난달 "수평적으로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상태였고 이런 분위기가 요즘 더 심화되었다"고 지적했다. 
삼성출판사 ⭐️ 5.84 ⇒ 리뷰 보러가기
삼성출판사가 5위에 올랐다. 

1964년 설립된 삼성출판사는 1972년 <문학사상> 창간호 등 굵직한 문학 작품들을 내놓던 회사다. 1986년에 팬시 전문 유통업체 '아트박스'를 별도의 회사로 독립시키고 1990년대에는 PC 시장의 성장에 따라 월간지 <HOW PC>를 발행했다. 1990년에는 삼성출판박물관을 설립, 개관하고 5년 후인 1995년 이천휴게소(상행)을 맡아 위탁관리하는 등 출판 외의 분야에도 진출했다.

이렇게 커진 회사는 1998년 의류업체 에프엔에프와 유통사 에프엔에프유통을 흡수합병한 뒤 2000년에는 엔에스에프(NSF)로 간판까지 바꾸며 사업을 다각화했다. 그리고 2년 뒤인 2002년 기업은 출판과 휴게소 사업의 삼성출판사와 패션 사업으로 영역을 나눠 회사를 분할했다. 창업주의 장남이 출판, 차남이 패션을 맡았다. 

창업주의 업을 이은 김진용 대표는 문학에서 유아동, 교육 분야로 주력 분야를 바꾸고 유통 채널을 홈쇼핑,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로 늘리며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2017년 회사의 출판 부문 매출은 363억원으로 10여년 전인 2009년의 매출 527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이때 2008년 신사업 담당으로 합류한 김진용 대표의 장남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의 전략이 사업을 180도 바꿨다. 김민석 대표가 만든 것이 그 이름도 유명한 '핑크퐁'이다. 그가 만든 브랜드 핑크퐁의 대표작 '아기상어' 캐릭터를 활용한 팝업북, 자사 제품을 활용한 오프라인 매장 '마이 리틀 타이거'의 이름을 붙인 홈스쿨 교재 등은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삼성출판사는 워라밸 항목에서 3.52점으로 3위에 자리했다. 2월에 한 직원은 "워라밸은 좋기 때문에 바라는 점은 딱히 없다"는 리뷰를 남겼다. 출판업계에서 업무 강도가 센 것으로 알려진 디자인 직군의 종사자가 남긴 평이기에 더 눈에 띈다. 

1위에 오른 도서출판 길벗의 리뷰에서 '눈치'가 장점 키워드로 등장해 눈치 보지 않고 연차 사용, 휴가 등이 가능하다고 평한 것과 달리 삼성출판사에서는 눈치가 단점에 등록되었다. 퇴근할 때 눈치가 보인다는 표현과 야근이 자연스럽다는 내용이 단점으로 기록되었다. 

다른 평가 항목들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은 워라밸과 달리 2.56점을 기록한 경영진에 대한 평가가 '정시 퇴근이 눈치 보이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승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