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까지 잡혀있다 해고당한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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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까지 잡혀있다 해고당한 썰
[논픽션실화극]90도 인사 안했다며 '버럭'…'교육' 필요하다며 쇠자를…
2021. 05. 31 (월) 15:30 | 최종 업데이트 2021. 11. 16 (화) 12:36
다음 글은 잡플래닛 <컴퍼니 타임스>에 들어온 제보를 바탕으로 재구성됐습니다. 당사자 입장의 이야기를 가능한 그대로 담았습니다. 
 
지난해 3월 말에 있었던 일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글을 씁니다. 

당시 저는 한 여행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는데요. 지난해 3월 말 어느 금요일, 퇴근 시간을 앞두고 대표가 말했습니다 

"(다른 회사에서) 디자인 파일이 올 것이 있는데 언제 올지 모르지만 늦게라도 남아서 처리하던지, 토요일에 출근해 처리하던지 하세요." 

토요일에 일정이 있었던 저는 늦게라도 파일이 올 수 있으니 기다려보고, 혹시 안 오면 어쩔 수 없이 주말에 출근해 일을 하기로 했죠. 

그렇게 대표와 직속 팀장과 셋이 남아 메일을 기다리며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 9시 쯤 메일을 체크하니 파일이 왔더군요. 

'이제 됐다' 싶어 바로 확인을 했죠. 그런데 업체 디자이너가 잘못된 사이즈의 파일을 보낸겁니다. 

이를 대표에게 보고하자, 대표는 직접 상대 회사에 연락해 이를 알렸습니다. 제가 연락을 해도 되는데, 대표가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혹시 언제쯤 다 되는지도 물어봐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사이즈 변경은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기도 하고, 빨리 처리하고 집에 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대표가 갑자기 화를 내며 절 자르겠다고 하는 겁니다. 

"너 같은 직원 필요없으니 다음주부터 나오지 마세요." 

황당했습니다. 제가 빨리 해달라고 채근한 것도 아니고, 언제쯤 되냐고 물어본 것 뿐인데, 물어봤다고 해고라니요? 

함께 있던 직속 팀장은 제게 사과를 하라며, 대표를 옆에서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는 팀장의 중재에도 속수무책으로 절 자르겠다고 엄포를 놓더라고요. 

할 말을 잃은 전 그냥 나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대표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겁니다. 

제가 나갈 때 고개를 90도로 숙여 제대로 인사를 해야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팀장에게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킨 것이냐"며 뭐라고 하더라고요. 그러자 팀장은 잘못했다고 하고요. 

황당했던 저는 가만히 있었죠. 그러다 대표가 "나가"라고 하길래 회사에서 나왔어요. 집에 가는데, 같이 있던 팀장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할 말이 있으니 다시 회사로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전 대표가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해 저를 다시 보자고 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나 보자는 마음에 회사로 돌아갔죠. 지금 생각하면 무시하고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회사에 돌아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대표가 또 화를 내는 겁니다. 제가 팀장에게는 고개를 돌려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는데, 대표에게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이는 자기를 무시한 것이라면서요. 

대표는 "내가 업체 디자이너와 너 사이에서 얼마나 눈치를 보는지 아느냐. 그동안 네 행실이 어땠는지 아느냐"며 사과를 하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처음에는 조용히 듣고 있었는데 저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한마디 했습니다. 

"대표님, 저 대표님께 미안한 것 하나도 없습니다. 잘못이 있으면 꼬집어 말해주면 되지, 해고 통보를 이렇게 하십니까?"

그랬더니 이번에는 쇠자로 절 때리려고 하더군요. '너 같은 놈에게는 교육이 필요하다'면서요. 그렇게 옥신각신하다 회사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때 시간이 새벽 5시였어요. 저녁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무려 8시간 동안 있었던 일입니다. 

결국 전 회사 단톡방에 이 일을 알리고 잘 지내시라는 인사를 남기고 나와버렸습니다. 

이렇게 전 퇴사를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이런 일도 있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글을 썼는데요.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분들 많으실텐데요. 아무리 그래도 이런 회사는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다들 이런 일 안당하시길, 좋은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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