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영상에 박제된 나…지울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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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영상에 박제된 나…지울 수 없나요?
[혼돈의 직장생활] 퇴사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홍보영상에는 내가...
2021. 06. 17 (목) 15:34 | 최종 업데이트 2021. 08. 04 (수) 15:10
 
"얼마 전 지인에게 전 회사 홍보 영상에 아직도 제 얼굴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전 벌써 그 회사를 퇴사하고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도요. 그제야 신입사원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회사에서 홍보 영상을 만드니 출연하라고 해서 나름 열심히 참여를 했었거든요. 사실 퇴사한 회사는 제 인생에 흑역사로 남아있어요. 심지어 전 지금 경쟁사에 취업을 한 상황이고요. 이제 그 영상에는 그만 나오고 싶은데…모자이크 처리라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 영상 속 제 모습, 지워달라고 할 수 없나요?" 

요즘 회사들, 채용이나 홍보를 위해 직원들이 출연한 영상 등을 만들어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에 다니는 중에는 어쩔 수 없다지만, 이직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박제돼 떠다니는 '내 얼굴' 영상은 곤혹스러울 만합니다.
◇ 계약서 작성 여부 따라 달라…어디까지 동의 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촬영 당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따라 대처는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로 어느 정도 동의를 했는지에 따라 다르다는 얘기인데요.

제작할 때 계약서 등을 작성했다면, 영상은 계약 조건에 따라 사용 가능 여부가 나눠집니다. 만약 퇴사 후에도 회사가 영상을 사용할수 있다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쓰고 서로 동의했다면, 이 내용대로 회사는 영상을 사용할 수 있는거죠. 영상 관련 권한이 회사에 있는 것으로 동의를 했다면, 회사 측이 편집과 삭제, 유포 등 이용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되고요.

다만 통상적으로 직원을 동원해 기업 홍보 영상을 찍을 때 계약서 작성 없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단순히 구두 동의만 받아서 만든 영상이라면 삭제 또는 모자이크 요구 등을 할 수 있고, 회사는 당사자의 요구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인데요. 초상권은 얼굴,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대해 함부로 촬영하거나, 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개인의 권리라서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사실 초상권이 명시적인 법률로 정해진 것은 아닌데요. 헌법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가치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내용에 따라 우리 법원은 초상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보장해야 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생명권, 명예권, 성명권 등을 포괄하는 일반적 인격권을 의미하는데, 이 인격권에는 개별적인 인격권으로서의 초상권이 포함된다고 보는거죠.
◇ '내려달라'는데도 계속 사용한다면…'손해배상 청구 가능'
별도의 계약서 작성 없이 만들어 사용한 영상일 경우, 회사가 당사자의 삭제 또는 모자이크 처리 요구 등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당사자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초상권 침해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750조 제1항은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의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초상권 인정의 근거가 될 수 있죠.

초상권은 △얼굴, 기타 사회 통념상 특정인임을 알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을 함부로 촬영·작성되지 않을 권리(촬영·작성 거절권) △촬영된 사진·작성된 초상이 함부로 공표·복제되지 않을 권리(공표거절권), △초상이 함부로 영리목적에 이용되지 아니할 권리(초상영리권)를 포함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초상권 침해를 받은 것에 해당할 수 있고요. 실제 초상권 침해로 손해배상을 한 사례, 적지 않습니다.

결론은 회사가 계속 영상을 사용하고 싶다면 영상에 출연한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당사자가 요청하면 삭제나 모자이크 등 관련 조취를 취해야하고요. 요청을 받고도 회사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당사자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법적 과정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물론 회사에 재직 중인 상황에서 홍보 영상이나 사진 촬영을 거절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처음부터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 결정해야 하겠습니다.
 
이주경 변호사·오승혁 기자 [email protected]
#이직의모든것#직장인고민#별별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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