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은 마귀가 만든 말"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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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은 마귀가 만든 말"이라고요?
[논픽션실화극] 면접 내내 종교 설파하는 회장님…칼퇴하면 지옥 간대요
2021. 10. 01 (금) 17:54 | 최종 업데이트 2021. 10. 04 (월) 11:46
※ 다음 글은 잡플래닛 <컴퍼니 타임스>에 들어온 제보와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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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하기가 바늘에 실 꿰기만큼 어려운 시기입니다. 저도 첫 직장을 구할 때, 그리고 이직할 때 다양한 회사에서 면접을 봤는데요. 별별 얘기를 다 들어봤지만 이 말은 지금도 잊히질 않더라고요.

"워라밸은 마귀가 만든 말이야!"

1차 면접에서 통과한 모든 지원자들이 넓은 공간에서 사장님과 함께 마주앉았어요. 시작부터 '너'를 동반한 반말로 시작한 2차 면접은 마귀 소리에 절정을 맞이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귀가 잘못된 줄 알았는데요. 주변에 앉아 있던 다른 면접자들 표정도 이상한 걸 보니, 제가 들은 게 맞았어요.

사장님은 워라밸 뿐만 아니라 '칼퇴'라는 말도 싫다고 하셨습니다. 6시 땡 하자마자 일어나는 건 업무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거라고요.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칼퇴하는 인원은 총무팀에서 명단을 작성해 윗선에 보고한다고도 했습니다.

사실 그건, 야간근무를 강요하는 거죠. 사실 업무 시간이 끝나서 퇴근하는 건 칼퇴하는 게 아니라 ‘정시 퇴근’하는 거고, 근무계약서에 적혀 있는 의무를 다하는 건데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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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은 또 이런 질문들을 쏟아내셨습니다.

"워라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무슨 종교를 가지고 있나?"
"자네는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하고 있나?"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매주 예배를 드려야 하는데, 참석할 의향이 있나?"


전문직을 뽑는 자리였는데 전공 관련 질문은 없었습니다. 종교와 관련한 질문이 끝난 후에는 한시간 반 동안 종교 설파를 하시더라고요. 듣고 싶지 않으면 중간에 나가도 된다고 하셨어요. 꽤 많은 지원자들이 더는 참지 못하고 중간에 나갔지만 저는 허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앉아 있었습니다. 뭐,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직자는 '을'이니까요.

그리고 그 뒤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말 잘 듣고, 교화되기 쉬워보이는 사람을 뽑는 모양이죠. 근데 제가 이전 회사에서 받던 연봉보다 더 낮은 연봉을 제시하시다니. 가고 싶을 리가 있나요?

회장님, 전 그냥 워라밸 챙겨주는 마귀 같은 회사에서 일할랍니다. 회장님은 부디 원하시는 대로 천국 가셔요. 아멘.
홍유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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