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해고할 때…맞서는 근로자의 자세

비즈니스
회사가 해고할 때…맞서는 근로자의 자세
[혼돈의 직장생활] 회사가 징계를 내렸다고 정당한 해고는 아니다
2021. 10. 28 (목) 15:00 | 최종 업데이트 2021. 11. 01 (월) 11:00
 
"회사에서 절 해고하겠다고 합니다. 부서 팀장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인 것 같은데요. 

인사팀장이 면담을 하자고 부르더니 사표를 쓰라고 하더라고요. 보상 차원에서 위로금과 실업급여를 타게 해주겠다면서요. 전 사표를 쓸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인사상 불이익을 줘서 자진 퇴사하도록 만들겠다고 하더라고요. 알았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징계위원회를 열겠다고 하네요. 제가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면서요. 제가 잘못한 것들이라면서 서류를 보여줬는데, 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제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죠. 

회사 측은 그 자리에서 당장 답변서를 쓰라고 강요했어요. 전 당장 이 자리에서 쓸 수 없고, 이메일이나 서면으로 내용을 주면 답변서를 써서 제출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랬더니 답변서 작성을 거부한 것으로 알겠다면서 자리를 피하더라고요. 

이 과정에서 팀이 함께 먹는 점심에는 부르지 않고요. 업무 중단을 지시하고 업무 관련 카톡방에서도 나가도록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모두에게 들리도록 팀장이 제게 큰 소리로 욕설을 하기도 했어요. 답답합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직장인 A씨) 
<컴퍼니타임스>에 문의가 들어왔는데요. 얘기만 들어도 답답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직장인 A씨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당한 해고 사유가 있다면 절차에 따라 해고를 하면 될 일인데, 회사는 사표를 요구하고 징계위원회를 열겠다며 압박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정당한 해고 사유가 없어서, 또는 해고를 하면 각종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잃을 수 있어서 일 수도 있고요.  

어떤 사정이던, 결론은 정당한 이유 없이 회사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해고를 하고 싶은 기업은, 법을 어기지 않기 위해 나름의 절차를 밟는 건데요. 

사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근로자를 해고시킬 때 비슷한 절차를 진행하곤 합니다. 먼저 스스로 사표를 쓸 것을 제안하고요, 이를 거부할 경우 권고사직을 제안해 위로금이나 실업수당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합니다.

근로자가 이를 거부하면 그다음은 징계위원회를 열겠다고 합니다. 해고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인데요.
징계위원회에서 근로자에게 과실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이를 근거로 해고 사유를 만들어 해고하는 식입니다. 

A씨의 회사 역시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 "정당한 이유 없는 징계, 해고는 불법…경영상 이유는 회사가 입증해야"

먼저 사표와 권고사직서를 보죠. 권고사직서에 근로자가 서명하지 않는 이상, 회사는 권고사직 처리를 할 수 없습니다. 퇴사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권고사직서에 서명을 해서는 안 됩니다. 서명을 한 순간, 과정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근로자가 퇴사에 동의했다는 결과만 남는거죠. 

그다음 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해고인데요. 해고를 위해서는 정당한 사유가 필요합니다.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에 징벌(이하 부당해고 등)을 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제23조).

긴박한 경영상 이유가 있다면 해고할 수 있는데요(제24조). 법이 말하는 긴박한 경영상 이유에는 사업의 양수, 인수, 합병 등이 해당합니다. 이때에도 회사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해 대상자를 선정해야 합니다. 

경영상 이유가 아니라면, 앞서 말한 대로 정당한 사유가 필요합니다. 회사가 징계위원회 등을 열려고 하는 이유인데요. 실제 징계위원회를 통해 징계가 결정되면, 징계 내용에 따라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죠.
◇ 징계에도 정당한 이유 필요…징계 사유 있어도 '해고한만한 잘못'이어야

다만 회사가 징계를 내렸다고 모두 해고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해고를 할 만큼의 잘못이어야 하죠. 징계 자체가 정당한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징계가 정당한지는 회사의 취업규칙, 징계요건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요. 징계도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런 기준 없이, 회사가 마음대로 징계를 결정하고, 이는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해도 정당한 해고가 되지는 못합니다

징계를 받을만한 일이 없었다면, '부당한 징계에 의한 부당한 해고다'라고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해서 누구 말이 맞는지 다퉈볼 수 있습니다. 실제 징계를 받을만한 일이 있었어도, 해고를 할 만큼의 잘못은 아니었다면, 역시 징계가 부당했다고 다퉈볼 수 있고요. 

여기서 징계할만한 잘못이 없는데 징계를 했다, 또는 그 정도 잘못으로 해고까지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부당해고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노동위원회는 회사에 '부당하게 해고한 근로자를 복귀시켜라'고 명령을 내리고, 부당하게 해고된 직원은 회사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 확정되면, 회사는 따라야 합니다.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까지 싸운 상황에서 다시 복직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시 회사에 돌아가서 일을 하면서 얼마나 괴로울지 상상이 가니까요. 근로자가 복직을 원하지 않더라도, 부당 해고 기간에 받을 수 있었던 월급은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기는 합니다. 부당한 징계와 해고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각종 녹취록이나 카톡 등 해고를 종용하는 내용들을 증거로 수집해 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 해고 강요 과정에서 폭언·괴롭힘 있었다면…직장 내 괴롭힘

만약 회사에서 자진 퇴사를 유도하기 위해 폭언, 욕설 등 강제력이 행사됐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제76조의2)를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인데요. 회사 사무실에서 일어난 일 뿐 아니라 사내 메신저, SNS, 카카오톡 등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난 일들도 포함됩니다. 

집단 따돌림과 업무 수행과정에서의 의도적 배제·무시, 폭행, 협박, 신체적 위협이나 폭력, 욕설 등을 대표적인 직장 내 괴롭힘 사례입니다. 앞서 A씨 사례에서 팀장이 직원들 앞에서 욕설을 했고, 팀과 업무에서 일부러 소외를 시키는 등 직장 내 따돌림에 해당할 수 있는 일들이 벌어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회사나, 노동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는데요.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았다면 회사는 즉각 조사를 실시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에, 신고를 받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취하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 대표 등 주요 관계자가 괴롭힘 가해자일 경우 회사에 신고하는 것이 의미가 없잖아요. 이럴 때는 노동위원회에 신고하면 조사 등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회사 대표 등 사용자가 가해자라면 1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죠. 

물론 이 역시 입증을 해야 합니다. 녹취나 카톡, 괴롭힘을 목격한 다른 직원의 증언 등 관련 증거는 폭넓게 인정이 되는 추세라서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받았다'는 것을 입증만 할 수만 있으면 어떤 자료도 증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아보이지만, 이를 현실로 실행해 나가는 과정은 쉬울 리 없습니다. 

나름의 최선을 다해 업무를 해온 회사와 해고 여부를 두고 다투는 것 자체에서 오는 자괴감, 믿었던 동료들이 생각만큼 도와주지 않을 때 느껴지는 배신감도 느껴질 수 있고요. 이게 뭐하는건지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닐 겁니다. 

이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법은 있지만, 정해진 정답이 있을 순 없겠죠. 모든 근로자가 처한 상황은 다르고 자신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요. 누군가는 가능한 많은 위로금을 받고 퇴사를 선택할테고, 누군가는 끝까지 싸워 회사에 남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고요.   

나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방향으로, 앞으로 남은 내 삶에 후회없을 방법을 찾아 대응하시길 바랍니다. 어떤 선택을 하던 그것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이뤄지길 응원하고요.

다만 회사는 회사일 뿐이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회사의 퇴사 권고라는 것이, 지금 내 마음을 힘들게 하고 현재의 내 삶을 고달프게 할 수 있는 시련임은 분명하지만, 결코 나 자신의 가치를 의심할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요. 부당한 해고를 일삼는 회사가 결코 내 인생에 최선의 자리일리는 없으니까요. 

너무 흔한 위로처럼 보일까 조심스럽지만, 언젠가 '그때 차라리 잘된 일이었지'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순간이 되길, 멀리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직장인고민#별별S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