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회사에 죽어도 못보내…인사팀의 짬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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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회사에 죽어도 못보내…인사팀의 짬짜미?
[혼돈의 직장생활]인사팀의 짬짜미, 취업방해죄 성립될까? 성립은 되는데…
2021. 11. 29 (월) 12:40 | 최종 업데이트 2021. 11. 29 (월) 15:12
 
최근 이상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재직 중 이직을 시도하면 옮기려는 회사 인사팀에서 다니고 있는 회사 인사팀에 바로 연락을 준다고요. 실제로 어떤 분은 채용이 결정되어서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그 회사 인사팀에서 막판에 끼어 들어서 오갈 데 없어진 적도 있다고 해요. 알아보니까 지역 인사담당자들의 모임에서 친목을 다지면서 이런 정보를 당연하게 주고받고 있었어요. 서로의 회사로 이직 못하게요. 대표들끼리 친분도 있어서 그렇다나요. 이직하려면 다른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걸까요? 너무 답답합니다.

평생직장은 옛말이란 말처럼 경력을 쌓으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흔해졌는데요. <컴퍼니 타임스>로 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인사팀끼리 담합해서 이직 시도 직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면, 그래서 피해를 입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취업 방해 성립 가능할까?…증거 없으면 입증 어려워
결론부터 말하자면 '취업 방해'를 목적으로 정보를 공유한 사실을 입증을 할 수 있다면 취업방해죄를 물을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40조에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근로기준법 제10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입증 부분입니다. 인사팀에서 “우리 회사 직원이니까 약속대로 이직 받아주면 안 됩니다”라고 다른 회사로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말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객관적으로 해당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언이나 녹취록, 관련 문서 기록 등이 필요하죠.

문제는 이런 이야기들이 뒤에서 오간다는 점입니다. 사례처럼 친목 모임에서 정보를 주고받고, 소속 직원들이 서로의 회사로 이직을 시도하면 받아주지 않기로 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인 겁니다. 인사팀의 카르텔이 공고한 상황이라면 내부자의 도움을 얻기는 더 어려울 테고요.

장벽은 또 있습니다. 인사팀에서 방해하지 않았으면 채용이 됐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해야 합니다. 취업 방해 목적 없는 단순 평판조회 과정에서 부적격 판단을 받아 채용이 불발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보고 있지 않고요. 서초법률사무소 이주한 대표변호사는 "인사팀의 언급이 없었다면 채용을 확정하였을 것이라는 입증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 채용 확정 후 취소됐다면 부당해고
제보에서 언급된 사례처럼 이직이 결정되어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인사팀이 뒤늦게 알아채고 채용이 무마되도록 사용자 혹은 결정권자에게 알려 취소되도록 했다면 어떨까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직장을 잃게 된 이 경우는 "부당해고"에 해당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 1항을 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밖의 징벌(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채용내정 통지 혹은 합격통지는 근로계약의 성립으로 보기 때문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 일방적인 채용 취소가 명백하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채용방해와 동일한 제107조에 의거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경력 이직은 일했던 업계 내에서 이직하는 경우가 대다수죠. 말 그대로 '경력'을 살려서 회사를 옮기는 것이니까요.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평판 체크와 취업 방해, 그 사이의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처럼 미묘한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도 천차만별이고요. 그래서 법에는 없는 괘씸죄를 자체 적용하여 교묘하게 포장한 후 법망 틈을 빠져나가는 일부 기업들이 아직도 곳곳에 있는 걸테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직 시도가 괘씸하다고, 죽어도 못 보내겠다고 할 게 아니라 이직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요?
안시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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