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액터스, 고요한 택시로 세상을 바꾼다

인터뷰
코액터스, 고요한 택시로 세상을 바꾼다
[인터뷰] 코액터스 송민표 대표 "청각장애인에게 새로운 기회 됐음 했죠"
2022. 01. 20 (목) 12:29 | 최종 업데이트 2022. 04. 25 (월) 11:20
택시를 타면 한 번쯤 드는 생각이 있다. '오늘은 피곤한데 조용히 가고 싶다' 라거나 '정치 얘기 안 궁금한데', '사적인 얘기 하고 싶지 않은데'와 같은 생각들 말이다. 그런데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택시가 있다. 태블릿으로만 소통하는, 이름 그대로 '고요한택시'다.

이 택시 운전 기사 대다수는 청각장애인이다. 하지만 소통에 불편이 없다 보니 기사는 운전에 집중할 수 있고, 승객은 원치 않는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 택시는 불편함이 사라진 공간이 된다.

이 택시들은 청각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 안정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코액터스가 운영 중이다. 2018년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고요한택시'로 시작해 2020년 8월 '고요한M(모빌리티)'을 론칭했다.

둘의 차이는 소속이다. '고요한택시'는 코액터스의 솔루션을 장착해 일반 택시회사에서 일한다. '고요한M'은 코액터스에 직접 고용돼 일한다. 사용 어플도 다르다. '고요한택시'는 카카오, 우티(UT) 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무작위로 배차되고, '고요한M'은 고요한M 어플로만 호출할 수 있다. 

코액터스는 '고요한M'으로 청각장애인을 월급제로 고용한다. 블랙캡을 도입해 교통 약자들의 편의도 도모하고 있다. 이런 ESG 혁신 행보는 SK텔레콤부터 카카오, 현대자동차, 현대해상까지 대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따뜻한 기술은 세상을 어떻게 바꿔가고 있을까. 코액터스 송민표 대표에게 들어봤다. 
- 코액터스는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요? 대학교 때 활동했던 연합동아리(인액터스)를 통해 청각장애인의 일자리 관련 고민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단순히 돈만 보고 시작한 일은 아닐 거란 생각도 드는데요.

군대 다녀온 후에 기사를 봤어요. 사회 문제를 비즈니스 방식으로 풀어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대학생 동아리가 있다는 걸 알게됐죠. 멋있고 참신했죠. 알아보니 학교에도 지부가 있어서 가입했고요.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공학과에서 공부하면서 개발하고 실력을 쌓아야겠단 생각만 했는데 생각을 달리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거기서 발견한 것이 장애인 일자리 문제였고요. 해외에선 우버나 그랩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이 운수업에서 일할 수 있지만 한국에선 장벽이 있었어요. 운수업에서 일하려면 프리랜서인 플랫폼 노동자가 아닌 직접 고용만 가능해요. 이를 해결하면 청각장애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임금 수준도 높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청각장애인 대다수는 공장에서 일하거든요. 월 급여도 125만 원 정도로 많지 않고요. 그래서 2018년에 코액터스를 설립하게 됐어요. 


- 고요한택시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청각장애인들을 직접 고용하는 '고요한M' 운영까지 염두에 뒀었나요?

그렇진 않았어요. 처음엔 청각장애인들이 운수업에서 종사할 수 있게 돕는 소프트웨어 기기를 만들어보자는 거였어요. IT회사니까요. 그런데 하다 보니 택시 운전 자격을 갖추는 과정이 어렵더라고요. 택시회사에 직접 고용돼야 하는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이었고요.

지속가능한 방향을 고민하고 여러 시도를 많이 하던 중에 관계 법령이 바뀌고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아서 직접 운수 사업을 해서 고용까지 해보자고 결심하게 됐고, 2020년부터 플랫폼운송사업까지 하게 됐어요.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했고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 코액터스는 청각장애인 등 취약계층 고용 창출에 기여하는 것을 인정받아 모빌리티 플랫폼 운영에 대한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 허가를 받았다. 2020년 8월부터 고요한M을 시작, 2021년 12월말 서울, 광명, 부천, 인천 지역 내에서 100대까지 운영하는 조건으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금지법) 시행 후 처음으로 플랫폼운송사업을 정식 허가받았다.)


- 세상에 없던 업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보니 당연히 어려움도 따랐을 것 같아요. 법이나 규제 같은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저희도 규제 당국도 생각 못했던 문제들이 계속 발생해서 난관이 많았어요. 특히 모빌리티 분야가 규제가 많은 편이거든요. 처음에 고요한 택시라는 걸 알려줄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도 서울시 조례에 걸리더라고요. 광고 부착물 위치도 다 지정돼 있고요. 차 안에 태블릿 PC를 비치하는 것도 잘 얘기해서 풀었는데 이런 문제들은 계속 부딪히는 것 같아요.

고요한M에서 일하기 위해선 취업 후 3개월 내에 택시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데 일반 국가 공인 시험과 달리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시험지가 따로 없다 보니까 실력과 별개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서 퇴사한 경우도 있어요. 그런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해서 다행히 올해부터 개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앞으로는 이런 이유로 퇴사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자동차 보험 문제도 있었죠. 저희가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 없어서 '고요한M'을 론칭 못할 뻔 했는데 다행히 현대해상에서 3개월 만에 보험을 만들어 주셨어요. 정말 많은 장벽과 도움들이 있었네요.
- 창업 후 생각보다 짧은 시기에 SKT나 카카오처럼 큰 기업들의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앞서 언급한 보험 사례도 그렇고요. 이렇게 알려지게 된 비결은 무엇인가요?

택시와 장애인, 두 영역 모두 쉽지 않은데 그걸 다 하겠다고 젊은 청년들이 나선 걸 좋게 봐주시지 않았나 해요. 도와주시는 분들도 주변에 많아졌고 큰 기업들과도 인연이 돼서 계속 이어왔고요. 

특히 SKT는 사업 초기부터 만났어요. 학연, 지연도 없이요. 당시 티맵 택시(현 UT) 부서에서 뭔가 해보려고 할 때였는데 기사를 보고 2018년 2월경에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이후에 같이 한 번 만들어보자 하셔서 2019년부터 해온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모든 과정이 놀라운 것 같습니다. 카카오는 저희가 먼저 제안을 드렸고요.


- 해온 일들을 돌이켜보면 뿌듯함을 느끼게 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고요한택시'를 시작할 때예요. 2018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청각장애인이 택시 운전기사가 되셨어요. 저희 솔루션을 택시에 달고 손잡으면서 감사하다고 얘기해 주셨을 때 큰 기쁨을 느꼈어요.

부모님과 같이 탔던 아이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르게 차별받는 건 옳지 않다'고 쓴 일기를 후기로 올려주신 것도 기억에 남아요. 인식 개선 효과도 있단 걸 체감할 수 있었던 기회였고 보람을 느꼈죠.


- 영국 대표 택시인 '블랙캡(LEVC TX5)' 두 대가 곧 들어온다는 소식도 봤습니다. 블랙캡과는 어떻게 업무협약을 맺게 된 건가요?

국내 시니어 인구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요. 수도권은 더하고요. 이 말은 장애인이 증가한단 걸 의미해요. 나이가 들면 돋보기안경이나 보청기도 끼게 되고, 당뇨병 걸릴 확률도 높아지고 신체 기능도 퇴화하니까요. 점차 휠체어를 타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분들이 편히 탑승하실 수 있는 운송수단은 거의 없어요.

장애인 콜택시가 있지만 지자체 비용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급증하는 수요만큼 운행 차량을 급속도로 늘리긴 어려워요. 그래서 민간에서 그 수요를 흡수할 필요가 있죠. 공공보단 조금 비쌀 수밖에 없겠지만 수요가 충분히 있을 거라 판단했어요. 장애인 콜택시를 타려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거든요. 블랙캡도 그 연장선상에서 도입을 결정했어요. 현재는 저상버스처럼 휠체어를 탄 채로 택시를 탈 수 있게 하려면 차를 개조할 수밖에 없어요. 그럼 반대로 비장애인들이 불편해질 거고요.

블랙캡은 고급택시로 많이 사용되는 차량인데 장애인들이나 교통 약자도 모두 편히 탈 수 있어서 2월에 시범적으로 들여오게 됐죠. 실내 공간도 넓고 휠체어 고정 안전장치도 있어요. 옆에 두 명 정도 동승도 가능하고요.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탑승할 수 있도록 운영할 예정입니다. 이동의 경험을 함께 누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거든요.
- 현재는 몇 명의 직원들이 어떻게 나뉘어 근무 중인가요?

저를 포함한 사무직 직원들은 10명이고 택시기사님들은 청각장애인 24명, 지체장애인 3명, 비장애인 1명이 계세요. 사무직은 크게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부서와 운영팀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경영진은 큰 문제들을 풀고 있고요.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많지만 점차 시스템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기사님들은 입사하면 6주 동안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맞춤훈련센터에서 택시 운전 자격증 취득과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을 받습니다. 안전 운행과 관련된 내용부터 승객들이 탑승했을 때 어플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 다양한 것들을 배우시게 되죠.


- 잡플래닛 평점이 4.9점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어요.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고 싶으신가요?

회사가 아직 크지 않아서 자주 소통하려고 하는 걸 좋게 봐주시지 않았나 합니다.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해요. 복지나 근무환경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전반적인 체계를 완벽히 갖추긴 쉽지 않은 상황이거든요.

조금씩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을 해 나가려 하고 있어요. 유연근무제를 운영 중이고, 야근도 거의 없습니다. 추후에는 휴가와 관련해서 더 좋은 제도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 점점 채용도 늘려갈 텐데. 어떤 직군들을 뽑을 예정이고 또 어떤 인재를 채용하고 싶으신가요?

IOS와 백엔드 서버 개발자, 경리 담당자를 찾고 있고요. 기사님들도 채용 중입니다. 채용할 땐 크게 두 가지를 봐요. 첫 번째는 한 명 이상의 몫을 할 수 있는 인재인가, 두 번째는 성실한가 입니다. 성실함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성실하지 않으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안 되더라고요. 올해부터 채용을 늘려가고 있으니 많이 지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궁극적으로 택시기사를 100명까지 채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들었어요.

'고요한M'을 통해 100명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1차적인 저희 목표예요. 고요한M(직영)과 고요한택시(택시 회사 취업)에서 양성한 청각장애인 택시기사 수는 100명이 넘었어요. 그중 현재도 일하고 계신 분은 50명 정도 되고요.

'고요한M'에서 일하는 기사님들은 사내에 수어 통역이 가능한 직원이 두 명 있다 보니 소통 측면에서 만족하시는 것 같아요. 다른 사업장에선 그런 지원이 없었으니까요. 홈페이지나 복지관, 카카오톡 채널, 메일 등 다양한 경로로 지원해 주시는데 채용 과정이 생각보다 길어서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 비장애인도 택시기사로 채용하시나요?

물론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장애 여부를 굳이 제한을 두지 않는 이유죠. 다만 장애인 표준 사업장으로 인증돼 있어서 장애인 분들을 우대 채용 하고 있어요.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지체장애인 분들도 일하고 계십니다. 


- 택시기사 직접 고용 100명, 블랙캡 도입 외에 장기적으로는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궁금해요.

올해는 새로운 차량(블랙캡)을 도입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더 많은 장애인 분들을 채용하고 싶고요. 누구나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것이 궁극적 목표입니다.
안시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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