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같은 20대, '일'만 하다 보내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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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같은 20대, '일'만 하다 보내기 싫어요
[별별SOS] 일 말고 다른 경험 하고 싶은데…제가 철이 없는 걸까요?
2022. 06. 21 (화) 16:11 | 최종 업데이트 2022. 06. 24 (금) 07:42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력이 2년 정도 되는, 27살 여성 개발자입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회사에 입사해 잘 다니고 있지만, 문득문득 멀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면 한 달 유럽 여행이라든지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생각을 이루기 위해서는 퇴사밖에 방법이 없어 용기 내지 못하고 있어요.

커리어에 방해될까봐 지르지 못하는 것 vs.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20대에만 즐길 수 있는 경험을 포기하는 것.

두 가지 생각이 부딪혀서 너무 고민이 됩니다. 제가 아직 철이 없는 걸까요? 휴학도 한 번 안 하고 계속 달려와 지친 걸까요? 조언 부탁 드립니다.
⭐4년 차 에디터
#팩폭 두려워하지 않는 ENT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는 아니지만 M세대


안녕하세요, 별별이님. 27살의 나이에 좋은 회사에서 벌써 2년 차를 맞이하셨다니 학창시절을 얼마나 부지런히 보내셨는지 알 것 같아요. 정말 멋집니다! 하지만 쉴틈 없이 지금까지 달려오느라 조금 지친 모습이네요.

저도, 그리고 제 친구들도 별별이님과 비슷한 시기에 커리어를 시작해 이십대 후반을 보내고 있어요. 삼십대 초반에 커리어를 시작하는 분들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일을 하게 됐으니 꽤 이른 편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주변 인생 선배들(대체로 10년 차 이상의 사회인들)에게 힘들다는 얘길 할 때가 있는데요. 대부분의 답은 이렇더라고요.

"정말 쉬고 싶으면, 한두 달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해. 그 정도 쉬면 노는 것도 지루하고 돈을 벌어야겠다 싶더라. 그거 쉰다고 인생이 엄청나게 달라지는 것도 아냐. 재충전한다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렇죠. 갑자기 훌쩍 떠나도 생각보다 그렇게 큰 문제는 없어요. "커리어 끊기면 어쩌려고 그래?" "배부른 소리야! 아직 취업 못한 친구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철이 없다!" "30대 초반까지는 열심히 일해야지!" 이런 말들, 솔직히 남들 생각이거든요. 그들 삶에선 그런 삶의 태도가 통용되겠지만 넓게 보면 다르게 사는 사람들도 충분히 많아요.

그래도 결심이 안 선다면, 별별이님과 가치관이 비슷해보이는 사람들을 찾아 관계를 맺어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브런치 등 에세이 플랫폼이나 유튜브 채널, 책을 찾아 읽으며 나보다 먼저 길을 걸어간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거나, 직장인 대상 강의 또는 모임에 찾아가보는 거죠. 그러다보면 내 생각과 가치관이 단단해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하지만 퇴사는 좀 더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건, 통장 잔고입니다. 얼마간 생활에 문제가 없다? 여행이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죠!

다만 20대에만 즐길 수 있는 일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20대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지도 잘 모르겠고요. 제가 가까이에서 봐온, 그리고 경험하고 있는 20대는 결코 아름답지 않거든요. 미화된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하고요.

또 조심스럽게 조언드려보자면, 주니어 개발자로서 직장 생활을 하며 경험할 수 있는 게 적지 않을 것 같아요. 단순 커리어 뿐만 아니라요. 열심히 노력해서 입사한 좋은 회사라면 더더욱 말이죠. 내 마음이 힘든 이유가 뭔지 좀 더 찬찬히 따져보자고요. 마음이 힘든 원인이 '회사에 매어 있어서'가 맞나? 아니면 더 근본적으로, 내가 원하는 걸 충분히 하고 있지 못해서인가? 후자라면 회사를 그만둘 게 아니라 회사 바깥에서 다른 경험에 다채롭게 도전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답변이 시원하지 못하죠?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당사자라서, 남의 일 같지 않아 말이 길어지네요. 지금의 선택이 나중에 후회로 남게 되더라도 분명 의미있는 경험이 될 거예요. 별별이님의 남은 20대가,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들이 아름답길 바랍니다.
⭐10+년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스물일곱살에 경력이 벌써 2년이나 된다는 건 얼마나 열심히 살아오셨는지를 보여주는 숫자 같아요. Z세대와 멀지 않은 밀레니얼 지인들에게 물어봤더니 "서른살 넘으면 더 가기 힘들텐데 고민할 이유가 없다. 가고 싶으면 가야지." 하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 말에 저도 공감됐고, 절대 철없는 고민이라 보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철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 건 오직 별별이님뿐이라 생각해요. 휴학 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은 별별이님만이 가장 잘 아실 테니까요.

돌이켜 보면 20대는 다양한 경험도 해보고, 실패도 많이 해 봐야 하는 나이였더라고요. 실제로 그때 한 경험은 훨씬 오래 기억에 남고, 30대를 또 살아갈 새로운 자양분이 되기도 했거든요.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적고 기회도 많아서 원하는 걸 시도해 보기도 괜찮은 때고요.

말할까 말까 할 땐 하지 말라고 하지만, 할까 말까 할 땐 하라고들 하죠. 말은 주워담기 힘들지만, 경험은 남는 게 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가보지 않은 길은 언제나 두렵죠. 저도 벌어지지 않을 미래를 걱정하며 살았던 편인데, 세상에 진짜 필요한 걱정은 4%뿐이라고 하더라고요.

인생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고, 계획을 해도 계획대로 되지가 않더라고요. 지금의 정답이 내일이라고 정답이란 법도 없고요. 그러니 조금이라도 더 자유로워도 괜찮을 때 그 자신의 의지로 그 자유를 만끽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더구나 안 해본 경험들이라면요.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듯, 훌쩍 떠난 여행에서 생각지 못했던 경험을 해볼 수도 있고, 우연한 좋은 인연이 생길 수도 있어요. 어떤 지인은 한달 살기로 떠난 곳에 꽂혀서 거기서 새로운 인생을 펼치기도 했어요. 물론 아무 일도 안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땐 내 의지로 그 시간을 채우면 되고요.

개발자라 꾸준히 공부할 것도 많은데 '내일의 나'만 믿고 쉬려니 커리어가 걱정되실 것도 같은데요. 자신을 믿고, 가려는 목표만 분명히 서있다면 괜찮았던 것 같아요. 그 목표를 마음에서 놓지 않고만 있다면, 어떻게든 그 방향으로 느리지만 가고 있더라고요. 옆길로 빠질 때마저도요.

'쉬고 싶다'란 씨앗이 마음에 심어졌다면, 내가 모르는 사이 뿌리를 내리고, 조금씩 커지다가 생각을 비집고 튀어나오는 순간이 와요. 결국 언젠간 쉬거나 여행을 떠나게 될텐데, 시기만 내 손에 달린 거랄까요. 해외에 오래 체류할 때 만난 어떤 분은 20대를 바쁘게 보내다가 30대를 훌쩍 넘겨서 몇 달간이라도 쉬며 경험을 쌓고 싶어서 휴직계를 내고 오셨더라고요. 그 분의 '시기'는 30대 그 순간이었던 셈이고요.

'이왕이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떠나보세요'라고 말씀을 드리긴 했지만 선택은 결국 별별이님의 몫이 될 것 같아요. 마음에 어떤 씨앗이 있는지,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해야 조금이라도 덜 후회할지를 보시는 게 좋을 것 같고요. 선택 후엔 그 상황에 맞게 대처하면 되고, 그렇게 해나갈 능력도 분명 있으실 겁니다.
⭐지나가다 사연 보고 나도 이 고민했었는데 싶어서 끼어든 10년 차 직장인
#JPHS '중재가' 유형 (JPHS가 궁금하면 ▶여기◀) 
#I와 E 사이에서 오락가락 중인 INFP
#M세대 끝자락에 서서 나도 MZ라 우겨보는 M..세대 


별별이님 사연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별별이님이 진짜 원하는 건 뭘까?' 였어요. 친한 동생이 '둘 중 뭘 선택할까?'라고 묻는다면 어떤 선택도 괜찮다고 말해줄 것 같거든요. 

두어달 쯤 여행을 떠난다고, 27년 열심히 살아온 별별이님의 커리어에 큰 흠이 나진 않을 가능성이 커요. '어렵게 들어온 회사 그만뒀다가 재취업이 안되면 어떻게 하지?' '이렇게 좋은 회사 다시는 못다니게 되는 건 아닐까?' 같은 고민이 물론 들겠지만요. 단언할 순 없지만, 제가 그동안 보고 들은 경험 안에서, 별별이님이 열심히 살아온 시간을 믿어도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무엇보다 아직 20대잖아요. 지금 시작해도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임은 분명하죠. 

또 인생의 모든 순간은 그 순간의 특별함이 있어요. 지금 회사를 다닌다고 해서 20대에만 즐길 수 있는 경험을 포기하고 있다기보다, 별별이님만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요. 

문득 주변에서 '20대니까' '20대에는 이런 경험을 해야지' '20대에만 할 수 있는 일들' 같은 이야기들을 듣고, 남과 비교하며 이런 고민에 빠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은 쉽게 말하곤 해요. "젊으니까, 20대라면, 이런 걸 해야지" 같은 얘기요. 그러면서 특별한 경험이 아닌 일상의 경험은 별 것 아닌 것처럼 치부하기도 하죠. 

하지만 커리어 성장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업무 경험을 쌓는 것, 열정을 다해 일하고 뭔가를 이뤄내는 경험도 20대에만 할 수 있는 반짝이는 경험이 분명해요. 지금 별별이님이 회사에서 업무를 하는 그 시간은 충분히 아름다고 반짝이고 있다는 얘기예요. 

결국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거예요. '별별이님이 지금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좋겠다는 거고요. 내가 진짜 원해서 퇴사 후 여행을 떠났다면, 설사 재취업 과정에서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내 선택을 후회하거나 탓하지는 않을 거예요. '아 그래도 그때 여행다니면서 참 좋았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또 여행 대신 일을 선택했더라도, 지금 내가 더 원하는 것이 경력을 쌓고 탄탄하게 커리어를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라면, 나중에 뒤돌아보며 아쉬움은 살짝 남을지언정 깊은 후회를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진짜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그때 떠나도 결코 늦지 않으니까요. 

제가 30대 초반일 때, 4년 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년간 여행을 떠났어요. 별별이님과 딱 비슷한 생각이었을 거예요. 지금 아니면 못한다는 생각과 앞으로 커리어는 어떻게 하지의 고민의 뒤섞여 있었죠. 그때 제 선택은 떠나는 것이었는데요. 떠난 곳에서 정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중 은퇴 후 세계일주를 시작한 60대 노부부의 시간이 얼마나 반짝여보였는지 몰라요. 60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 느끼는 것,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었죠. 나이도, 성별도, 국적도 다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의 스토리로 자신만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더라는 이야기예요. 

중요한 건 선택의 중심에 별별이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지금 당장 화려해 보이는 누군가가 부러워서, 같은 이유로 선택의 중심에 내가 아닌 남이 있다면, 어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후회를 하거나 스스로를 탓하는 식으로 에너지를 깎아 낼 가능성이 커질 수 있거든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면 무작정 무언가를 결정하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내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간단한 것부터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뭔지, 멋있어 보이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지 같은 것들이요. 사실 내가 진짜 원하는게 뭔지를 찾는 것이 진짜 어려운 일이긴 하거든요. 그러니 '나는 왜 내 마음도 모르지?' 같은 고민은 접어두고요. 

한 가지 조금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보자면, 회사에 별별이님이 사용할 수 있는 휴직 제도가 있을 수 있어요. 꼭 아프거나 그럴듯한 이유가 없더라도 한두달 정도라면 회사와 상의해 휴직할 수 있는 회사들이 꽤 많거든요.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선배나 인사팀 등에 물어보세요. 별별이님이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이 있을 수 있어요. 
 
<컴퍼니타임스> 독자님들을 위해 
잡플래닛과 <라틴어수업>의 한동일 작가가 함께 토크콘서트를 준비했어요. 
내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생각의 방법, 함께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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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S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