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다 사연 보고 나도 이 고민했었는데 싶어서 끼어든 10년 차 직장인
#JPHS '중재가' 유형 (JPHS가 궁금하면 ▶여기◀)
#I와 E 사이에서 오락가락 중인 INFP
#M세대 끝자락에 서서 나도 MZ라 우겨보는 M..세대
별별이님 사연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별별이님이 진짜 원하는 건 뭘까?' 였어요. 친한 동생이 '둘 중 뭘 선택할까?'라고 묻는다면 어떤 선택도 괜찮다고 말해줄 것 같거든요.
두어달 쯤 여행을 떠난다고, 27년 열심히 살아온 별별이님의 커리어에 큰 흠이 나진 않을 가능성이 커요. '어렵게 들어온 회사 그만뒀다가 재취업이 안되면 어떻게 하지?' '이렇게 좋은 회사 다시는 못다니게 되는 건 아닐까?' 같은 고민이 물론 들겠지만요. 단언할 순 없지만, 제가 그동안 보고 들은 경험 안에서, 별별이님이 열심히 살아온 시간을 믿어도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무엇보다 아직 20대잖아요. 지금 시작해도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임은 분명하죠.
또 인생의 모든 순간은 그 순간의 특별함이 있어요. 지금 회사를 다닌다고 해서 20대에만 즐길 수 있는 경험을 포기하고 있다기보다, 별별이님만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요.
문득 주변에서 '20대니까' '20대에는 이런 경험을 해야지' '20대에만 할 수 있는 일들' 같은 이야기들을 듣고, 남과 비교하며 이런 고민에 빠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은 쉽게 말하곤 해요. "젊으니까, 20대라면, 이런 걸 해야지" 같은 얘기요. 그러면서 특별한 경험이 아닌 일상의 경험은 별 것 아닌 것처럼 치부하기도 하죠.
하지만 커리어 성장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업무 경험을 쌓는 것, 열정을 다해 일하고 뭔가를 이뤄내는 경험도 20대에만 할 수 있는 반짝이는 경험이 분명해요. 지금 별별이님이 회사에서 업무를 하는 그 시간은 충분히 아름다고 반짝이고 있다는 얘기예요.
결국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거예요.
'별별이님이 지금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좋겠다는 거고요. 내가 진짜 원해서 퇴사 후 여행을 떠났다면, 설사 재취업 과정에서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내 선택을 후회하거나 탓하지는 않을 거예요. '아 그래도 그때 여행다니면서 참 좋았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또 여행 대신 일을 선택했더라도, 지금 내가 더 원하는 것이 경력을 쌓고 탄탄하게 커리어를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라면, 나중에 뒤돌아보며 아쉬움은 살짝 남을지언정 깊은 후회를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진짜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그때 떠나도 결코 늦지 않으니까요.
제가 30대 초반일 때, 4년 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년간 여행을 떠났어요. 별별이님과 딱 비슷한 생각이었을 거예요. 지금 아니면 못한다는 생각과 앞으로 커리어는 어떻게 하지의 고민의 뒤섞여 있었죠. 그때 제 선택은 떠나는 것이었는데요. 떠난 곳에서 정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중 은퇴 후 세계일주를 시작한 60대 노부부의 시간이 얼마나 반짝여보였는지 몰라요. 60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 느끼는 것,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었죠. 나이도, 성별도, 국적도 다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의 스토리로 자신만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더라는 이야기예요.
중요한 건 선택의 중심에 별별이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지금 당장 화려해 보이는 누군가가 부러워서, 같은 이유로 선택의 중심에 내가 아닌 남이 있다면, 어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후회를 하거나 스스로를 탓하는 식으로 에너지를 깎아 낼 가능성이 커질 수 있거든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면 무작정 무언가를 결정하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내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간단한 것부터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뭔지, 멋있어 보이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지 같은 것들이요. 사실 내가 진짜 원하는게 뭔지를 찾는 것이 진짜 어려운 일이긴 하거든요. 그러니 '나는 왜 내 마음도 모르지?' 같은 고민은 접어두고요.
한 가지 조금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보자면, 회사에 별별이님이 사용할 수 있는 휴직 제도가 있을 수 있어요. 꼭 아프거나 그럴듯한 이유가 없더라도 한두달 정도라면 회사와 상의해 휴직할 수 있는 회사들이 꽤 많거든요.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선배나 인사팀 등에 물어보세요. 별별이님이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이 있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