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신년 계획에서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는 단연 이직이 아닐까? 저마다 '좋은 회사'의 기준은 다르지만, 누군가는 근로 여건이 더 나은 회사를, 누군가는 커리어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곳을 찾아, "기회만 온다면 잡으리라" 주먹을 불끈 쥐는 이들, 적지 않을 것이다.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토끼처럼 '껑충' 뛰어 올라, 올해는 기필코 이직에 성공 하리라 다짐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헤드헌터와 기업의 채용담당자에게 물었다. 2023년 채용 시장 전망부터, 이들이 찾는 인재는 어떤 사람인지까지.
2023년은 번영을 의미하는 토끼의 해, 그 중에서도 ‘검은 토끼의 해’로 불린다. 토끼는 십이지(十二支) 가운데 네 번째 동물, 방향을 따지면 해가 떠오르는 정동(正東)이다. 시간으로는 오전 5시에서 7시 사이, 동이 트기 바로 직전이다. 토끼의 해는 곧 ‘시작’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시작의 문턱에서 취준생도, 직장인도 ‘기필코 취업, 이직에 성공하리라’ 굳게 다짐했을텐데 올해는 조짐이 심상치 않다. ‘동 트기 전의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 올해는 큰 도약을 준비하며 움츠리기를 잔뜩 한 채, 어두운 새벽을 견뎌 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겨우 견뎌냈더니 이번에는 경기불황이란다. 불확실성 속에서 불안해하고 있을 직장인들을 위해 <컴퍼니 타임스>가 헤드헌터와 기업의 채용담당자에게 물었다. 2023년 채용시장, 안녕한가요?
◇ "2023년 채용 규모, 비슷하거나 줄어들 것"
지난 2022년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행정명령 조정 후 일상회복 전환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엔데믹에 대한 기대도 잠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발된 인플레이션으로 기업들은 하나 둘 내부 긴축정책에 나섰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고용시장는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헤드헌터, 채용 담당자들 역시 '올해 채용 규모는 예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 공채 종말, 수시·상시채용 전환…경력직 이직 경쟁률은?
채용 방식은 어떨까? 헤드헌터(46.7%)와 채용담당자(45.8%)의 다수는 공개채용과 비공개 추천채용의 비중이 ‘비슷할 것’으로 봤다. 또 공개채용보다 비공개 추천채용 중에서는 비공개 추천 채용 방식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더 많았다.
비공개 추천채용은 충원이 필요할 때 바로 채용을 진행할 수 있고, 바로 업무 투입 가능한 인재를 찾는데 유용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 공개채용보다 빠르게 채용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을 제외한 국내 기업들이 공채를 없애고 수시·상시채용으로 전환하는 흐름만 봐도 예견된 결과일 수 있겠다.
경기침체로 채용계획이 축소·취소가 속출하는 가운데 경력직 이직 경쟁률 역시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헤드헌터(51.1%)와 채용담당자(62.5%)의 과반 이상은 경력직 이직 시장의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봤다.
◇ 투자시장 한파에도 ICT산업 위력 여전, K-콘텐츠 산업도 순항 중
경기 불황 속에서도 IT 업계는 여전히 채용이 늘어날 산업으로 꼽혔다. 과반이 넘는 헤드헌터와 채용담당자들은 채용이 증가할 산업으로 'ICT' 산업을 지목했다.
영화, 드라마, SNS 영상 등으로 대표되는 콘텐츠 시장의 성장세 역시 돋보인다. 53.3%의 헤드헌터와 48.6%의 채용담당자가 채용 증가 전망 산업으로 미디어·콘텐츠·OTT를 꼽았다. 뒤이어 의료·제약·바이오 산업과 여행·관광산업에서 채용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높게 나왔다.
◇ 개발자보다 ESG? 기업은 여전히 '개발자 찾는 중'
채용이 늘 것으로 전망하는 직무 역시 개발직군을 꼽는 이들이 많았다. 51.1%(2위)의 헤드헌터와 61.1%(1위)의 채용 담당자는 개발직군 채용 수요가 늘 것으로 점쳤다. 다만 헤드헌터의 경우 개발자보다 최근 급부상하는 친환경·ESG관련(53.3%) 채용 수요가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채용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개발자 채용은 어떨까? 헤드헌터의 44.4%는 "올해 개발자 채용이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봤다. 하지만 기업 채용 담당자들은 "작년과 비슷"(41.7%)하거나 "늘어날 것"(36.1%)으로 보는 이들이 더 많았다. 다양한 기업의 채용을 진행하는 헤드헌터들 입장에선 지난해와 비교해 개발자 수요가 줄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여전히 개발자는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 ‘대이직시대’ 요즘 직장인 근속연수 5년 넘기기 어려워
'대이직시대'라는데, 요즘 직장인들 한 회사에서 얼마나 일할까? 헤드헌터 53.3%와 채용담당자 80.6%가 “1년 이상~3년 미만”이라고 답했다. “3년 이상~5년 미만”이라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한 회사에서 1~5년 정도 일한다고 답한 셈. 7년 이상 한 회사에서 일한다는 답변은 단 한명도 하지 않았다.
◇ 평균 연봉 인상률 '10~15%'…경기침체로 연봉인상폭 영향 받을까?
경력 채용의 핵심 변수는 ‘연봉 인상률’이라고 할 수 있다. 연봉 상승률에 따라 이직 생각 없던 근로자가 이직을 고민할 수 있고, 반대로 구직자가 이직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헤드헌터와 기업 채용담당자들은 대체로 연봉 인상 상한선을 ‘15%’로 봤다. 헤드헌터와 기업 채용담당자의 80% 이상이 경력 채용 시 연봉 인상률을 “5% 이상~15% 미만”으로 생각했다. 헤드헌터의 경우 평균 연봉 인상 폭을 “10% 이상~15%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7.8%로 가장 많았다.
기업 채용 담당자들이 생각하는 인상률은 이보다 낮았다. '5% 이상~15% 미만' 구간을 선택한 답변은 전체의 83.3%로 절대 다수를 점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5% 이상~10% 미만' 구간 응답이 38.9%로 헤드헌터 응답 비율보다 많았다. '10% 이상~15% 미만'을 택한 비율은 44.4%로 헤드헌터(60.5%)보다 낮았다. 5% 미만을 인상한다는 답변도 8.3%나 됐다.
이직한 후보자가 기록한 최대 연봉인상률은 어떨까? 이 또한 “20% 미만(헤드헌터 35.6%, 채용담당자 43.1%)”을 가장 많이 꼽았다.
헤드헌터, 채용 담당자 중 50~60% 정도만이 최대 연봉인상률로 “20% 이상”을 답했다. 반면 지난해 잡플래닛이 진행한 동일한 설문조사에서는 80% 이상의 헤드헌터가 “20% 이상”을 답했다. 개중에는 최대 70% 인상 사례도 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특이 사항은 보이지 않았다. 위축된 고용시장 분위기가 연봉인상 폭에서도 드러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