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차 서른 살, 맞지 않는 일로 무기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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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차 서른 살, 맞지 않는 일로 무기력해요
[별별SOS] 47. 쉬면서 저를 찾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2023. 02. 01 (수) 11:00 | 최종 업데이트 2023. 02. 03 (금) 17:05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취준생 시절 친구에게 밥 한끼 못 사주는 자신이 싫어서, 저에 대해 잘 모른 채로 현재 회사에 입사했어요. 처음에는 타지에 왔으니 몸과 정신이 아파도 버텨야 한다고 여겼어요. 직장이 주는 안정감, 월급, 좋은 사람들이 옆에 채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버텼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일이 저와 맞지 않는 생각이 커지고 있어요.

2년 차 때는 힘든 일을 겪으면서 처음으로 상담을 받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참아야지' 했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해야할 업무도 늘어나니 ‘이렇게 아무 것도 하기 싫을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기력해요. 4년 차가 된 올해, 서른 살이 됐는데 자꾸 퇴사 생각만 들어요. 입사 초엔 계약직이지만 정규직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고, 일이 맞지 않아도 버티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더 이상은 아닌 것 같아요.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에도 들어가서 이제 수료까지 1년 남은 상황입니다. 쉬면서 1년 동안 공부하고 여행도 가고 저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 싶어요. 서른 살이면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 일이 맞는지, 그 일을 하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알아야만 할 것 같거든요.

현재 직장이 연봉도 괜찮고 근무제도 유연해서 좋은 곳이란 건 너무 잘 알지만 제가 점점 시들어가는 것 같아요. 서른이란 나이가 무겁게도 느껴지고요. 이제는 흘러가는대로 사는 게 아니라 일할 때 열정적인 제 모습을 보고 싶어서 퇴사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도 두려워지기도 해요.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후회 없이 좋은 선택을 한 거였음 좋겠는데, 이런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한 거겠죠?
⭐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먼저 서른 살이란 것도, 4년 차란 것도 정말 부럽습니다. 새로운 선택을 하기에 정말 좋은 때거든요. 게다가 4년째 일한 경험을 쌓으셨고요. 다른 일에 도전하기도 좋은 때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도 좋은, 그 어떤 선택을 해도 좋을 때란 뜻인데요.

별별이님께서 지금 드는 생각들은 단순한 슬럼프는 아닌 것 같아요. 널리 알려진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이론 중 가장 꼭대기에 있는 5단계가 ‘자아실현의 욕구'잖아요. 성장하고 발전하려는 욕구인데요.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 그 의미와 가치를 찾지 못한 채 일을 하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죠.

이런 욕구가 해소되지 않으면 태도와 행동이 따로 놀게 되고, 마음은 불편해지고, 그걸 해소하려고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이론처럼 ‘난 버텨야해. 직장에 다니는 이득이 이렇게 많잖아'라고 생각을 바꾸게 된다고 해요. 하지만 생각을 바꿔도 마음 속에 찜찜함은 남아서 무의식을 계속 괴롭힌다고요. 본능과 마음은 계속해서 ‘나 힘들어'하면서 신호를 보내는데 이성이 계속해서 차단하니 감정은 이제 할 수 있는 게 없어지고, 그 자리엔 무기력이 자리하게 되는 흐름인데요.

감정의 찌꺼기들은 제대로 들여다 봐주지 않으면 어딘가에 반드시 남아서 결국 어느 시점에 크게 ‘펑'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더라고요. 병원 가보면 멀쩡하다는데, 여기저기 아플 때가 있잖아요? 스트레스가 몸 여기저기를 공격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아프게 되는 거죠.

힘들 때 외부 도움을 받으신 건 정말 잘하신 부분 같아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부분이 남았다면 도움을 더 받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사람마다 문제 해결 방법이 다 다르고, 잘 맞는 사람이 다르듯, 조금씩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게 좋더라고요. 병원도 두세군데는 가봐야 한다고 하는 것처럼요.

별별이님은 어마어마한 내적 전투를 벌이고 계셨지만, 사연을 보면 홀로 감당해내려 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에선 이렇게 힘드신지 모르고 있을 것도 같은데요. 여기로 사연 보내주신 것처럼, 활동적인 취미를 해본다거나 주변에 들어줄 사람을 만든다거나 하면서 일상에서도 힘든 걸 털어낼 창구도 따로 만들어가셨으면 좋겠어요. 나를 잘 아는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목소리로 공감받는 건 더 큰 힘이 되거든요.

‘뭘 이런 걸 얘기해', ‘나만 힘든가?'라고 생각마시고 신뢰하는 지인에게 털어놔 보시면 좋겠어요. ‘그랬구나', ‘그런 줄 몰랐어'하며 의외로 잘 들어줄지도 몰라요.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면서 힘들게 하는 건 안 되는 거지만, 신중하게 고민하시는 모습을 보면 그러진 않으실 것 같고요. ‘이런 걸 왜 나한테 얘기해?’할 수도 있는데요. 그럼 다음엔 얘기 안 하면 되거든요. 생각보다 별일 아니에요.

‘시들어간다'고 느끼셨다면 맞는 거예요. 마음은 거짓말하지 않거든요. 그러니 ‘선택'하고 ‘행동'하시면 좋겠어요. 뭐든 해 봐야 아는 거잖아요? 해보지 않으면 몰라요.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안다'고 하는 말처럼요.

후회요? 해도 괜찮아요. 해봤으니 후회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후회가 실패는 아니거든요. 상황에 맞게 다음 선택을 이어서 하면 돼요. 하루라도 빨리 선택하고 행동하면 돌이킬 기회도 더 많고요. 그리고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머릿 속에서 ‘후회(後悔)’ 중 ‘회(悔)’란 글자는 머리에서 잠시 지워두시면 좋겠어요. ‘회'가 ‘뉘우칠 회’잖아요. 그러니까 ‘후회’는 나중에 뉘우치고 잘못한 걸 깨닫는단 건데,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뉘우침의 대상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그런 ‘후회'를 하지 않도록 선택에 책임을 지고, 앞만 보고 달려가면 되는 거니까요. ‘준비'는 충분히 외쳐드린 것 같으니, 이제 ‘시작!'을 외치고 뛰어갈 시간입니다. “Ready, Set...”
⭐ 6년 차 직장인
#T와 F의 4:6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ENFP
#JPHS '컨트롤타워'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멀지 않은 M세대 


우선, 오로지 버틴다는 마음으로 지난 4년을 지나온 별별이님께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불편함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그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현재 아무것도 하기 싫을 정도로 무기력하다고 하셨는데, 만성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매우 큰 상태로 보여 걱정되네요.

보내주신 글을 여러 번 살펴보니, 별별이님의 마음속엔 이미 어느 정도 답이 내려진 상황 같아요. ‘쉬면서 공부하고 여행도 가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고요. 그럼에도 이렇게 사연을 주신 건, 처우와 근무 환경이 나쁘지 않은 회사를 등지고 불확실한 내일로 건너가기가 불안하고 초조하시기 때문이겠죠?

자신의 결정이 비이성적이라고 느껴질수록 불안이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어요. 그런데 '이성적 결정'이라는 것도 결국 개인의 가치 주관에 따라 좌우돼요. 예컨대 쉼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연봉을 많이 주는 대신 쉴 틈 없이 바쁜 회사'보다, '급여는 조금 적더라도 칼퇴가 보장된 회사'를 택하는 게 훨씬 이성적인 결정이라는 거죠.

사회심리학자 샬롬 슈워츠(Shalom H. Schwartz)는 “가치는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고 삶의 기준이 되며, 그 중요도에 따라 모든 행동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는데요. 이 말인즉슨, 내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게 되면 삶에서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기가 수월해진다는 뜻입니다.

별별이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돈, 명예, 자유, 성취감, 가족, 학구열...머릿속에 뒤죽박죽 떠오르는 단어들을 종이 위에 써보세요.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걸 가운데 큼지막하게 적으시고요. 마인드맵을 그리듯 떠오르는 순서대로 주변을 채워나가 보는 거예요. 그걸 살펴보면 내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손에 꼭 쥐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어떤 것들을 과감히 내려놓을 수 있을지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될 겁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많은 주니어 직장인이 갭이어(Gap year, 학업·일을 중단하고 적성과 진로를 탐색하는 기간)를 꿈꾸면서도, 커리어 공백기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하곤 하는데요. 갭이어를 갖느냐, 마느냐 하는 문젠 사실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핵심은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인가'라는 거죠. 갭이어를 통해 닿고자 하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스텝을 밟을지 좀 더 구체적으로 플랜을 세워보세요.

별별이님께선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 일이 맞는지 알아야 할 것 같다고 하셨지요.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고도 저절로 깨달아지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적성과 진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갭이어를 갖게 되신다면, 학원에 가서 관심 분야에 대해 배워본다거나 단기로나마 업계를 실제로 경험해보는 등 적극적으로 진로를 탐색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후회 없이 좋은 선택을 하고 싶다고도 하셨는데요. 조금 진부한 말이지만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하잖아요. 똑같은 선택을 하더라도 모두가 같은 목적지에 다다르진 않아요. 삶엔 늘 무수히 많은 변수가 존재하니까요. 어떤 선택이 정답인지는 신이나 예언가가 아니고서야 아무도 알 수 없을 거예요. 그러니, 우린 그 선택이 옳았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될 때까지 그저 주어진 날들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요.

밥 한 끼 못 사주는 자신이 싫어서 직장생활을 시작하셨다면, 이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나’를 기특하게 여겨주세요. 원치 않았던 일도 4년 가까이 버텨오신 별별이님인데, 하물며 본인이 원하는 일이라면 얼마나 더 최선을 다해 노력하실지! 안 봐도 블루레이입니다.

삶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기회와 선택의 순간들을 부담스럽게 여기기보단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선택으로 인해 비롯되는 고난과 어려움은, 언젠가 찾아올 결실을 더욱 달콤하게 만들어줄 햇살과 빗물일 테니까요. 찬란히 빛날 별별이님의 내일을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지나가다 사연 보고 나도 이 고민했었는데 싶어서 끼어든 10+년 차 직장인
#JPHS '중재가' 유형 (JPHS가 궁금하면 ▶여기◀) 
#I와 E 사이에서 오락가락 중인 INFP
#M세대 끝자락에 서서 나도 MZ라 우겨보는 M..세대 


별별이님, 힘든 마음에도 회사에 대학원까지,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계신 별별이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오셨기에 '잠시 멈춰도 되는 걸까?' 더 고민이 되는 거겠죠. 

저도 딱 별별이님 나이와 연차쯤이었던 것 같아요. '아, 사는 게 별로 재미가 없는데' 싶어서 사표 내고 1년간 놀았는데요. 물론 '이러다 나중에 굶어 죽는 거 아니야' 걱정도 됐고, 주변에는 '너 그러면 안 된다'는 선배들 정말 많았죠. 그런데, 지금 별일 없이 잘살고 있습니다. 그때 그냥 꾹 참고 회사에 다녔다면, 글쎄요, 연봉이나 커리어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그럴듯한 자리에 있을 수 있겠죠. 아닐 수도 있고요. 

그때 제 선택에 후회가 되는 것도 있고, 잘했다 싶은 것도 있어요. 그렇다고 쉬면서 대단한 깨달음이나 성취를 이뤘다거나, 인생의 정답을 찾았다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놀다 보니 하던 일이 다시 하고 싶어져서, 결국 같은 업계로 돌아왔고요. 하지 않은 일의 결과는 알 수 없으니, 결과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더 좋았겠다 이것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하나 분명한 건, 그때 그냥 회사에 남아있었다면 지금까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안 해봤으니 계속 미련으로 남아있었을 테고요. 

다만, 답을 찾으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무엇을 좋아하나, 어떤 일이 나와 잘 맞을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같은 질문은 답을 찾기가 참 힘든 것 같더라고요. 나이가 들고, 상황이 바뀌면, 그때그때 달라지기도 하고요. 

어른들은 다 답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만 주변 선배나 어른들을 보면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잘 나간다는 부장님, 성공했다는 대표님들도 은퇴 후 뭘 해야 할까, 별별이님이나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말 다 했죠.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 마음 가는 일을 하며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해보지 않은 불확실한 선택을 앞두고 두렵고 불안한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어쩌겠어요. 지금 이 상황은 즐겁지가 않은데, 계속 이렇게 시들어갈 순 없잖아요.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할 때인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고민 중인 다른 별별이님들의 이야기도 한번 살펴보시면 어때요? 고민을 나누며 별별이님만의 답을 찾아가시길,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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