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에 대한 깊은 고민이 만들어낸 창업자의 길

인터뷰
‘수호’에 대한 깊은 고민이 만들어낸 창업자의 길
수호아이오 '짓구' 박지수 대표
2023. 02. 16 (목) 16:55 | 최종 업데이트 2023. 02. 16 (목) 17:34
‘5년 전, 무슨 자신감으로 회사를 만들었을까’ 수호아이오 박지수 대표가 겸손한 소회를 전합니다. 5년 간 블록체인 분야에서 꾸준한 성장을 만들어냈지만, 5년 뒤에 현재를 돌이켜보면 ‘왜 이정도 밖에 미치지 못했나’ 푸념할 거랍니다. 미래를 그리는 자신감과 자부심은 지금도 단연 돋보임에도 말이죠. 그만큼 사업을 운영하며 ‘왜’를 찾는 길고 긴 과정은 숱한 고민이 가득하다는 뜻일 겁니다. 

수호아이오가 그리는 생태계는 계속 확장 중입니다. 수호는 국내 최초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취약점 자동 분석 서비스 ‘오딘(ODIN)’을 런칭하며 보안업계에서 ‘떠오르는 별’로 첫 발을 내딛었는데요. 설립 후 LG CNS·SK C&C 등 여러 대기업 스마트 컨트랙트 보안 감사를 담당하고 금융보안원 및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탁월한 기술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뜻일 겁니다. 

그렇게 ‘보안’으로 다져진 수호의 기술력은 단순히 ‘조력자’로서만 머물기는 아쉬웠겠죠?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직접 인프라를 만들고 유저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미치게 됐죠. 덕분에 수호는 다양한 기업에 니즈에 맞는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영역을 넓혔고요. 이후 ‘브릿지’* 소프트웨어를 통해 서로 다른 이종 체인 간의 자산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수호는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려고 합니다. 블록체인 생태계 변화의 중심에서 박 대표는 이 모든 것은 ‘엄청난 우연과 필연이 적절히 섞인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업비트로 유명한 핀테크 전문기업 ‘두나무’에서 초기 개발 멤버로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스타트업의 대표로 ‘수호다움’을 만들기 위해 ‘대표 수호자’가 된 그의 고민과 꿈꾸는 미래를 슬쩍 엿봤습니다. 

*디파이(Defi) : 탈 중앙화를 의미하는 'decentralize'와 금융을 의미하는 'finance'의 합성어. 
*브릿지(bridge) : 서로 다른 블록체인 사이에서 이를 연결(다리 역할)하고 거래를 중개하며, 사이드체인에서 발생한 트랜잭션을 각 메인체인에 올리는 기능을 한다.
Q. 반갑습니다! 짓구님. 수호아이오는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금융 생태계’를 꿈꾸고 있는데요. 먼저 수호아이오의 창업 배경, 어떻게 생겨나게 된 곳인지 설명해 주세요. 

수호아이오는 사실 엄청난 우연에 의해서 생긴 회사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어쩌면 필연적으로 생겨난 회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창업 전 지금의 업비트로 많이 알려진 핀테크 스타트업 ‘두나무’에 초기부터 합류해 개발을 했는데요. 그러면서 금융 서비스에 푹 빠졌어요. 

동시에 보안 분야에 대한 중요성을 크게 인지하게 됐죠. 제가 컴퓨터공학 전공이라 직접 알고 있던 분야가 아니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려대학교 소프트웨어 보안 석박사 통합 과정을 시작으로 보안 연구에 돌입하게 됐어요. 

기존에도 블록체인 관련 기술 세미나나, 암호화폐 채굴 등을 해왔던 경험이 있었는데요. 보안에 대해 공부하게 되니 ‘아직 남들이 많이 다루지 않지만, 내가 잘 알고 가치를 믿는 블록체인에 대한 보안을 해야겠다. 그게 내가 살아남는 방법이다’ 느꼈죠.  그런 여러 가지 경험들이 합쳐져서 블록체인 보안을 제 연구 주제로 잡게 됐어요.


Q. 오, 이게 바로 말씀하신 그 엄청난 우연! 두나무에서 시작한 경험이 짓구님의 영역을 크게 넓혀준 셈이네요. 

좀 흥미로웠던 것은 당시 제 주변 많은 지인들이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제가 갖고 있던 연구 성과를 통해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시작했어요. 이게 바로 ‘블록체인 보안회사’로서 수호의 시작이예요. 과거에는 그냥 제가 개인적으로 도움을 줬다면, 사업으로 키웠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고요. 결정적으로 저희가 블록체인 보안 분야로 참여했던 여러 해커톤에서 감사히도 저희를 인정해 주셔서 세계적으로도 알려지게 됐어요. 바이낸스 해커톤이나 업비트 해커톤에 저와 제 팀원들이 참여를 넘어 수상도 하고 ConsenSys와 같은 세계적인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를 유치하면서 본격적으로 회사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됐답니다.


Q. 창업 전에 블록체인 관련 세미나 등을 많이 접했다고 하셨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지금은 많이 대중화됐지만 과거 ‘게임화(Gamification)’라는 단어가 사실 없었을 때부터 보상 시스템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요. 제 모교 서강대 학부 수업 당시 게임 관련 수업이 있었어요. 당시 게임을 만들면서 게임을 학문적으로 공부하는 배경을 접하며 게임 메커니즘을 경험을 하게 됐죠. 자연스럽게 게임화 영역, 그 대표 사례인 비트코인에 관심이 생기게 됐어요. 공대생들이 모여 있는 공학한림원에서 운영하는 ‘YEHS’라고 하는 단체가 있는데요. 그 단체에서 연재식으로 비트코인, 블록체인 그리고 디파이(DeFi) 이런 세미나를 많이 해서 참여했어요. 또 그런 공부 외에도 컴퓨터 관리 동아리를 했는데요. 당시 200대 정도의 컴퓨터를 제가 관리했는데 그걸 갖고 채굴을 하면서 재미를 찾게 됐죠.
Q. 짓구님의 호기심으로 시작된 일들이 현재의 ‘보안’이라는 큰 울타리를 만드는 데에 한 몫한 셈이네요. 탄생비화를 들으니 수호아이오가 더욱 궁금해지는데요. 그럼 현재 수호의 블록체인 산업에서의 포지셔닝, 가장 업데이트된 버전으로 소개해주세요.

제가 연구하던 것들이 실제로 사업화까지 성공을 했음에도 여전히 보안 이슈는 끊임없이 발생했는데요. 해킹 사기, ‘먹튀’라고 하는 러그풀 그리고 최근 들어 파산 회계 부정 등 말이죠. 날이 갈수록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저희가 갖고 있는 보안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까 다양한 관점에서 시도해왔죠. 

그러다가 ‘우리가 정말 보안을 잘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까지 미치게 됐어요. 그 결과 기존의 보안 전문회사에서 디파이 인프라 회사로 발전한 모습이 된 것이죠. 이후 디파이 외에도 ‘브릿지’라고 하는 체인과 체인 사이의 자산을 이동시켜주는 인프라에서도 계속 해킹이 발생했고, 저희가 인프라 영역까지 확장하게 되었어요.

이야기가 길었지만 보안회사로서의 수호 다음, 보안회사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디파이 금융회사 그 후 현재의 브릿지 회사까지가 지금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만든 브릿지를 기반으로 실제로 성공한 디파이 서비스들을 많이 만들어가고 싶은 게 현재의 포지셔닝이죠. 더 나아가서 저희가 만들어가는 생태계까지 확장하고 싶다는 게 회사의 방향성이고요. 



Q. 지원자들이 수호아이오를 눈 여겨 보면서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 ‘이 회사는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것인가’ 일텐데요. 말씀하신 회사의 방향성, 수호가 그리는 사업 성장성에 대한 미래는 어떤가요?

제가 기대하는 미래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결국 ‘은행 그 자체’가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 바라보고 있어요. 

실제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핀테크 앱은 놀랍게도 ‘스타벅스’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어쩌면 이제 스타벅스 포인트를 더 신뢰하는 세상이 왔다고 생각해요.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자주 사용하고 있는 쿠팡이나 배민의 브랜드 파워나 신뢰도가 어쩌면 은행보다 더 커졌다고 볼 수 있죠. 그런 관점에서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는데에 가장 용이한 기술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이죠. 저희는 그 기반이 될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큰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갈 방향성이라 함은 결국 미래의 잠재 수호자분들, 지금 합류해 주신 수호자분들과 함께 같이 즐기면서 모험하듯이 만들어 가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시장의 상황이 일주일에 두 번씩 아니 한 달에도 세, 네 번씩 바뀌는 업계라는 것은 모두 알테죠. 변화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변화가 생겼을 때의 대응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항상 생각해요. 대신에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명확히 있지만 그걸 어떻게 만들어가냐의 관점에서 회사가 성장해가고 있는 것을 느끼겠죠.


Q. 갑자기 들이닥친 경기불황에 요즘 스타트업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는데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회사가 단단하려면 중심이 잘 잡혀 있어야 할 겁니다. 짓구님 또한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실텐데요. 수호는 어떤 조직이었으면 하나요? 

조직은 살아있는 생명체 같아요. 그렇다보니 당장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목표를 세워놓기 어려운 건 사실인데요. 기본적으로는 하이 퍼포먼스(High-Performance) 조직이 되었으면 해요. 무엇보다 하이퍼포머가 되고자 하는 분들을 잘 분별해내고 우리 조직이 원하는 바를 함께 공고히 해나가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퍼포먼스의 핵심은 리소스는 적게 들이되 결과를 많이 산출해낼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에 맞게 원팀(One team) 정신 안에서 같이 주도적으로 성과에 기여하고자 하시는 분들을 계속 모시고 싶죠. 그분들이 오셔서 새로운 경험, 목표를 꿈꿀 때 수호를 선택한 것이 후회가 되지 않도록 만들고 싶고요. 
Q. 대표의 자리에서 볼 때 수많은 지원자를 봐왔을텐데요. 우리 회사와 Fit이 맞다, 안맞다를 판단하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인터뷰를 할 때 지금의 본인이 있기까지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를 잘 살펴 보려고해요. 결국 얼마나 진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 ‘질문’하는거죠. 그 또한 챌린지일 수 있어요. 이 상황을 극복해 내기 위해 그 사람이 답변을 통해 기울이는 노력 등을 보며 진심을 간파해보고자 하는거죠. 대답 자체를 보면 ‘이 사람이 얼만큼 준비되어 있는가’라는 진가가 나오는 것 같아요. 


Q. 수호자들에게 ‘수호다움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자율’과 ‘주도적’인데요. 이렇듯 팀별로 최대한의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이유가 특별히 있나요? 

수호가 만들어내고 있는 가치는 사실 아직은 많은 대중들이 알고 있는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오히려 선구자(Pioneer) 역할에 가깝죠. 우리가 만드는 가치는 ‘내가 결정하고 기여하고 그거에 맞는 책임과 보상을 갖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특히나 블록체인 분야는 ‘기여와 그에 따른 분배’가 굉장히 중요한 도메인이라서 이러한 점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생각했을 때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역량에 대한 높은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에요. 무엇인가 따라야 하는 ‘롤모델’이 필요한 주체라기보다는 ‘피드백’을 주고받고 서로에게 ‘레퍼런스’가 되어줘야 하는 사람들인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의사결정권 권한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 과정에서 애로사항도 있을 수 있지만 충분한 Lesson-Learn을 반복하며 단순한 실패 혹은 성공으로만 규정짓지 않게 도우려고 해요. 그런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하려는 것이 최우선이죠. 

Q.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이러한 명언이 있지만 실패든 성공이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하려는 것은 어떤 맥락에서인가요? 

예를 들어 의사결정의 A부터 Z까지 중 팀에서의 본인 역량이 덜 쌓였다 느끼고 F까지 결정하기로 축소했다고 가정해볼까요. 이것을 단지 ‘나는 Z까지 할 수 없는 사람이야’라기보다는 ‘이번에는 F까지 더 잘해내서 다음엔 Z까지 해봐야지’라고 느낄 수 있게 안정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거죠. 


Q. 앞서 말했던 수호는 ‘수호다움’이라는 기준에 따라 인터뷰를 진행하고 인재를 채용하잖아요. 꼭 ‘수호다움’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하이퍼포머라면 바로 합류해도 되지 않을까요?

기본적으로 서로 너무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면 예측 불가능한 면이 많아요. 당연히 모든 조직이 항상 꽃길만 걸을 순 없겠죠.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우선순위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야 일이든 관계든 잘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모든 것이 결국 신뢰가 바탕일텐데 각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방식에 대한 의심이 쌓이기 시작하면 발전을 할 수 없을 겁니다. 서로에 대한 근거와 기준을 만들어 기대하는 바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든 것이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수호다움’의 핵심은 ‘내가 뭘 하려고 하는 것인가’를 파고드는 집요함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 ‘왜’를 집요하게 찾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액션이 필요한 법이고,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하는 힘이 결국에는 퍼포먼스라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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