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사람이 밥 사!"...모시는 날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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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사람이 밥 사!"...모시는 날의 정체는?
골 때리는 K-직장 관행 모음.zip ③ 공직사회
2023. 02. 27 (월) 16:00 | 최종 업데이트 2023. 03. 02 (목) 08:32
“이게 맞아…?”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탄식과도 같은 말이 입에서 절로 흘러나오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다. 특히, 원래 다 그런 거라는 기적의 논리와 함께 무시로 행해지는 ‘관행’이 주된 원흉이다. 편의와 효율을 위해서라면 굳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있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이해하기 어려운 악습마저도 관행이라는 이유로 모든 구성원이 따라야만 한다는 것.

공직사회는 물론이고 대기업, 대행사, 하다못해 외국계 기업에까지 ‘이해 불가’ 관행이 널리고 널렸다고. 그중에서도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황당 사례들을 살펴봤다. 이미 겪고 있는 관행이 언급될 땐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을 수 있으니, 미리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공직사회에는 오래 전부터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온 악습이 있었으니, 이름하야 ‘모시는 날  당번’이다. 이는 말 그대로, 팀에서 아랫사람들이 순번을 정하여 윗분의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관행. 조직에 따라서는 막내 공무원이 윗분 모시기를 전담하는 경우도 있다. 

모시는 날의 대외적인 명분은 조직 내 세대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그러나 문제는 강제성이 뚜렷하고 식사비용을 아랫사람들이 사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매달 모시는 날을 운영하기 위해 직원들로부터 비용을 걷어들인다. 표면적으로는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해도, 경직된 공무원 사회에서 이에 동참하지 않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

당초 ‘국장 모시는 날’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던 이 관행은 직장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론화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지적이 이어졌다. 여론의 질타에 힘입어, 한때는 그 명맥이 언뜻 끊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지자체 공무원들은 ‘과장(부서장) 모시는 날’로 변형돼 이와 같은 악습이 이어지고 있다고 증언한다. 국장에서 과장으로 그 대상이 바뀌었을뿐, 관행이 철폐된 건 아니라는 얘기다.

모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공무원 모시는 날이 실제로 존재하는가’를 두고 투표가 벌어지기도 했다. 총 439명이 참여한 이 투표에서 절반에 달하는 197명은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서울시 소속의 한 커뮤니티 회원은 “돈까지 직원들이 내면서 모시는 날 있는 경우도 있고, 좀 나은 곳은 그냥 당번 정해서 점심 저녁을 같이 먹어준다”라며 “혼밥 못해서 같이 밥 먹어주고 술 친구 해주는 문화는 99% 있다고 봄”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경찰청 소속의 한 회원은 “근데 진짜 사기업에선 윗사람이 밥을 사주냐”고 되물어, 공직사회의 실상을 짐작케 했다.

공직사회의 악질적인 관행으로 ‘시보떡 돌리기’를 지목하는 이들도 여전히 많다. 공무원 임용후보자가 정식 공무원이 되기 이전에 거치는 수습기간을 ‘시보’라고 하는데, 시보가 무사히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되면 부서 전체에 감사의 의미로 떡을 돌려야 한다. 

요새는 실제로 ‘떡’을 돌렸다간 욕만 얻어먹기 십상이다. 더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돌리지 않고, 센스 없이 떡을 주냐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시보떡 돌리기 관행은 지난해 언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지만, 아직까지도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


잡플래닛에 '관행'이 언급된 리뷰들을 살펴보면 '강요', '구시대적', '낡은', '불합리', '비효율' 등의 부정적인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언급된다. 관행이 얼마나 조직을 병들게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 구성원들이 불필요한 피로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잘못된 관행은 위에서부터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박지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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