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풀재택 종료 급통보 "지방러 유예기간 검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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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풀재택 종료 급통보 "지방러 유예기간 검토중"
[지금 이 회사는] 잡플래닛 리뷰 보니 "풀재택이 최대 장점인데..."
2023. 03. 02 (목) 15:01 | 최종 업데이트 2023. 03. 02 (목) 16:43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가 구성원들에게 돌연 '풀재택 종료'를 통보하면서 사내 민심이 들끓고 있다. 3월부터 재택근무제를 종료한 카카오, 재택근무 횟수를 주1회로 줄인 SK텔레콤 등 타 기업들도 일제히 재택근무를 폐지·축소하는 추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놀자는 근무제 전환 과정에서 유독 내홍을 심하게 앓는 모습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완전 재택근무와 워케이션(Work+Vacation의 합성어)을 자사 핵심 복지로 내세웠던 행보가 더 큰 후폭풍을 불러온 원인일 거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무기한 풀재택 제도, 이른바 '상시 원격근무제'를 믿고 타 지역으로 이사한 직원도 적지 않아 민심의 동요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야놀자측은 "거주지가 먼 직원들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줄 지 검토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무기한 상시 원격근무 믿고 타 지역 이사했다가 '날벼락'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야놀자 경영진은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에게 완전 재택근무 체제 종료를 공지했다. 이에 따라 오는 4월부터 주 2회, 6월부턴 주 3회 사무실로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시행한다. 사측은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면 근무의 필요성이 커져, 근무제 전환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야놀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2020년부터 재택근무제를 시행했다. 다른 재택근무와 달랐던 건 단순 재택근무가 아닌, '전사 자율 원격 근무제'를 표방했다는 점이다. 재택근무는 물론, 휴가지에서 자유롭게 원격 근무할 수 있는 이른바 '워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게 야놀자 자율 원격 근무제의 핵심.
지난 2021년 야놀자가 자사 블로그에 게재한 상시 원격근무제 안내 (출처=야놀자 공식 블로그)
2021년 10월에는 자사 공식 블로그에 <아무데서나 일해도 된다? 야놀자표 '상시 원격근무제'> 게시글을 올리고 "업무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근무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해 일할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끝나도 야놀자의 원격근무는 계속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근무제 전환 통보에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무기한 자율 원격 근무제를 시행한다는 말을 믿고, 거주지를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긴 직원들이 적지 않다는 게 내부 직원들의 전언이다.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야놀자 현직원은 "야놀자가 풀재택이라고 자랑해서, 다른 곳에서 더 높은 연봉을 제시받았는데도 야놀자에 입사해서 먼 곳으로 이사갔다. 주 3회 출근하라는데 (출퇴근 소요시간이) 왕복 5시간 넘는다. 이거 취업 사기 아니냐"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야놀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하이브리드 근무제로 변경하는 것일 뿐, 원격 근무를 완전히 종료하는 것은 아니다. 10시부터 4시까지 코어 근무 시간 외에는 출퇴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 이번에 새로 도입했다"고 설명하며 "거주지가 먼 직원들에 대해서는 사무실 근처로 이사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주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격 근무를 하면서도 화상으로 회의가 가능하긴 하지만, 대면으로 회의를 했을 때 더 효율이 좋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며 근무제 전환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원격 근무 시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객관적 근거를 요청하는 직원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해당 직원들에게 충분히 답변이 이뤄졌는지는 알지 못하며, (원격 근무와 대면 근무의 생산성 차이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 잡플래닛 리뷰 살펴보니 "전면재택이 가장 큰 장점인데..."

야놀자 직원들은 회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잡플래닛 리뷰를 살펴봤다. 총 962개에 달하는 기업 평가 가운데 장점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단연 '출퇴근'과 '재택근무'였다. 전면 재택근무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는 얘기다. 

한 현직원은 "전면재택이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도 "전면재택이라는 압도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많다. 윗사람들 밥그릇 싸움에 직원들이 소진되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구성원은 미래를 내다본 듯 "회사 워케이션, 재택 등 괜찮은 복지가 있으나 언제 없어질지 모름"이라고 리뷰에 언급하며 재택근무 종료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현실이 됐다. 

회사 경영 상황에 대한 직원들의 시선도 차갑기 그지없었다. 지나치게 잦은 목표 변경과 군대식 문화, 미흡한 보상 등의 고질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

2023년 들어 작성된 잡플래닛 리뷰에는 "인력관리, 인재확보, 보상시스템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알 수 없는 목표 산출, 무리한 목표, 생각보다 체계적이지 않음" "직원을 소모품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조직 문화" 등의 부정적인 평가가 잇따랐다.

퇴사율이 높다는 점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한 구성원은 "인사이동이 잦아 담당자가 자주 바뀌며, 퇴사자가 많고 애사심이 적다"며 다소 어수선한 사내 분위기를 전하기도. 국민연금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야놀자의 최근 1년 퇴사율은 45%(512명)에 달한다. 동종업계 경쟁사인 여기어때의 퇴사율(18%)에 견줘봤을 때,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회사 내실에 대한 직원들의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갑작스러운 근무제 전환은 기존 직원들의 대거 이탈을 불러올 수 있으리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IT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부는 등 업황이 좋지 않아, 사실상 이번 전면재택 종료가 직원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근무제 전환에 앞서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거치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근무제도 전환은 직원 개개인의 삶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온다. 야놀자처럼 당초 '무기한 풀재택'을 약속한 사례라면 그 파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을 터. 엔데믹이 기업 문화 전반에 또다른 변곡점을 불러오고 있는 지금, 경영진의 소통하는 자세가 가장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닐까. (☞ 우리는 정말 출근하라고 해서 화가 난 걸까?)
 
박지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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