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인수인계라는 게 어디까지 해야하는지, 얼마나 해야하는지 정해진 게 없어서 참 어렵죠. 회사마다 사정이 다 다르고요. 저도 다양한 인수인계 상황을 겪어봤는데요.
인수인계는 보통 별별이님처럼 퇴사하는 상황 혹은 보직 변경으로 후임이나 팀원(보통은 막내)에게 하는데, 후임을 뽑지 못했거나 단독으로 하던 업무인데 공백이 생기는 경우 전체적인 내부 상황과 흐름을 아는 팀 리더에게 하게 되기도 하죠. 어쨌든 회사에서 누구 하나는 관련 정보를 인지하고 있어야 하니까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회사거나, 팀에서 공통 업무를 소화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래도 사정은 좀 나아요. 해왔던 업무, 신경써야 할 부분, 외부와 소통은 어떻게 해왔는지 조금만 설명해도 바로 이해를 하니까요.
문제는 팀에 해당 업무를 인수받을 사람이 없을 때예요.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는 회사에서 종종 생기는 일인데요. 무관한 업무를 하던 사람이 차출돼서 인수인계를 받기도 하죠. 디자이너가 퇴사를 앞뒀는데, 신규 직원은 채용될 기미가 안 보이고, 상사가 보니 다들 기계와 거리가 멀고, 그나마 컴퓨터를 아는 사람이 개발자뿐이라 그 사람에게 인수인계를 지시했다거나 하는 경우랄까요.
그럴 때 보면 듣는 분도 '시키니까 듣고는 있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는 물음표가 머리 위로 두둥실 떠있는 게 보이더라고요. 당사자도 설명하면서 '이건 어떻게 설명해도 이해 못하실 것 같은데?' 싶어지고요. 기존 업무를 하면서 추가적으로 인수인계를 받다 보니, 이해하려는 의욕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어요.
이런 일도 있어요. 퇴사자가 일잘러라 그동안 일당백으로 너무 많은 일을 해오고 있었던 거예요. 한 명이 두세명 몫을 떠안으며 버텼던 거니, 인수인계 거리가 다양하고 너무 많은 거죠. 그러면 인수인계 받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입력되는 정보량이 한계를 넘어서서 뇌에서 다 받아들이지도 못하고요.
이렇게
정보량 초과, 낯선 정보가 입력될 때 딴짓을 많이들 하더라고요. 귀는 듣고 있고, 입은 대답을 하지만, 눈은 길을 잃고 허공을 본다거나, 아니면 사연처럼 휴대폰을 보는 등의 딴짓을 하는 건데요.
계속 함께 얼굴 볼 동료라면, 집중을 요청하거나 주의를 부탁하는 말을 조심스럽게 하겠지만, 별별이님처럼 퇴사하는 경우라면, 감정 소모할 필요 없이,
문서로 남기면 됩니다. 핵심만 뽑아서요. 업무 흐름과 맥락을 알 수 있게 지시등을 켜주고 길을 알려주는 거죠. 대략적인
업무 히스토리와 매뉴얼, 자주 발생하는 문제, 중요 자료의 위치, 문제가 생길 때 연락해야할 곳과 같은 것들을 정리하면 돼요.
후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메일 등 기록이 남게 디지털로 공유하세요. 인수인계를 할 만큼 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거죠.
사방팔방으로 알리셔야 뒷말이 나오지 않아요. 인수인계 했는데도, 별별이님께서 하신 걱정처럼 들은 적 없다고 하는 경우가 분명 생기거든요.
인수인계는 아무리 잘해도, 퇴사 후 연락을 한 번은 받게 되는데요. 피드백해주는 기간은
퇴사 후 한 달 정도까지가 적당하더라고요.
상대도 업무를 해봐야 아니까요. 그 정도면 서로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보는 편 같아요. 퇴사하면서도 미리 귀띔하고요. 한 달 정도까진 (최대한) 돕겠다고.
그 이후는 선택의 문제 같아요. 퇴사 1년 후까지도 연락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누가 봐도 정말 모를 내용이고, 관계가 나쁘지 않다면 도와줄 수도 있는 거고, 눈치 없이 조금만 찾아보면 나올 일로 수시로 연락해 온다면, 할 만큼 했으니 인수인계 건에 대해선 확고히 여기까지라고 못 박거나, 조용한 작별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무쪼록 인수인계 무탈히 잘 마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