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 '결제' 부탁드립니다…"돈주고 맡기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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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 '결제' 부탁드립니다…"돈주고 맡기게요?"
[알·쓸·상·회] 한 끗 차이로 인상이 달라지는 한자어·우리말편
2023. 04. 03 (월) 17:51 | 최종 업데이트 2023. 04. 04 (화) 17:08
 
[알·쓸·상·회: 아두면모있고 관도 있는 사와 업계 용어 알아보기]
오성 : 팀장님, 어제 올린 기안 결제 부탁드려요.
팀장 : 오성 씨~ 이럴 땐 결재예요, 결재!

작일, 명일, 상신, 결제, 결재 …
회사에서 유달리 자주 듣게 되는 한자어와 우리말 단어가 있어요. 가령 위와 같은 단어들인데요. 날짜나 숫자를 표현한 단어나, 서로 비슷하게 생긴 단어들끼리 헷갈리는 경우가 많죠.

게다가 최근에는 ‘요즘 사람들의 문해력’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단어가 몇 가지 있어요. 청소년이나 젊은 층이 ‘심심한 사과’나 ‘사흘’과 같은 단어를 해석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죠. '심심한'을 지루하다는 뜻의 ‘심심하다’로, 사흘은 ‘4일’로 잘못 풀이한 사례였는데요. 만약 오성 씨처럼 동료가 똑같은 실수를 한다면 너무 나무라지는 말아요. 자주 쓰지 않으면 낯설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회사에서 자주 사용하는 한자어와 우리말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면 서로 다른 뜻으로 이해하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어요. 또 결제와 결재처럼 한 끗 차이로 나의 인상을 좌우할 수도 있고요. 오늘 <알·쓸·상·회>에서는 실수를 미리 방지할 수 있도록, 헷갈리기 쉬운 한자어와 우리말을 하나씩 풀이해 볼게요.
◇ 금일을 금일이라 했거늘, 왜 알아듣지 못할꼬…
팀장 : 금일까지 제출 부탁드려요!
오성 : 금요일에 저 휴가인데...
회사에서 만나는 수많은 한자어. 그중 '날'과 관련된 단어는 제대로 알아둘 필요가 있겠죠. 회의, 미팅 등 약속을 잡을 때나, 공지처럼 중요한 내용에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회사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한자어를 몇 가지 모아봤어요.

작일(昨日) : 오늘의 바로 하루 전날 (어제)
금일(今日) :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날(오늘)
명일(明日) : 오늘의 바로 다음 날 (내일)
익일(翌日) : 어느 날 뒤에 오는 날 (다음날을 뜻함, 내일과 다름)


기한을 정할 일이 많은 직장인 사이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단어죠. 금일은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날, 즉 오늘을 뜻해요. 작일은 오늘의 바로 하루 전날인 어제를 말하고요. 작일이 생소해서 헷갈린다면, ‘작년’과 똑같이 '직전'이라는 의미로 외워보세요.

반면, 익일과 명일은 뜻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익일은 ‘어느 날’을 기준으로 그 다음날을 뜻해요. ‘미팅 후 익일 전달하겠습니다’라는 표현을 쓴다면 내일이 아닌, 미팅 후 바로 다음날을 의미하게 되죠. 반면, 명일은 내일을 뜻하고요. 명일은 ‘해가 다시 뜬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오늘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익일과 명일 모두 내일을 의미하는 건 맞지만, 익일은 항상 내일을 뜻하지는 않는다 점, 기억해 둡시다.
◇ “기안 상신 완료했습니다.”
팀장 : 기획서 작성해서 기안으로 상신 부탁해요.
오성 : 네! 알겠습니다.

기안(起案) : 사업이나 활동 계획의 초안
상신(上申) : 일에 대한 의견이나 사정 따위를 말이나 글로 보고함
제의(提議) : 의견이나 의논을 내놓음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일상인 회사에서, 기안은 수없이 듣게 되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기안은 사업이나 활동 계획의 초안을 뜻하는데요. 기획서와 비슷한 의미죠. 어떤 일을 진행하기 전 포괄적으로 내용을 보고하는 문서를 말해요. 기안과 짝지어 사용하는 상신은 일에 대한 의견이나 사정을 글로 보고한다는 뜻이에요. ‘기안을 상신한다’는 쉽게 말해, 새로운 일에 대해서 생각이나 계획을 작성하고, 이를 상사에게 보고한다는 의미고요.

한편, 직장에서 말로 의견을 내는 상황을 두고 여러 가지 표현을 사용하는데요. ‘제안하다'라는 단어로 쓸 수도 있지만, 비슷한 표현으로 제의하다, 제기하다, 제언하다 등을 사용하기도 해요. '제안하다'와 '제의하다'는 비슷하지만 약간은 다른 뉘앙스인데요. 제안은 회의에서 안건을 낼 때 사용한다면, 제의는 의견을 피력하는 상황과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 돈은 결제, 승인은 결재!
“결재 기한은 오늘까지입니다.”
오늘은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일까요? 승인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일까요?

결재와 결제는 모음 하나 차이로 의미가 전혀 달라지는 단어입니다. 혼용하는 경우가 많기도 한데요. 먼저 결재는 결정 권한이 있는 사람이 승인한다는 뜻이에요. 반면, 결제는 당사자 사이의 거래 관계를 돈을 지불함으로써 거래 관계가 성사되는 거고요.

결재(決濟) : 결정 권한 있는 상관이 검토하여 승인함
결제(決濟) : 당사자 사이의 거래 관계를 끝맺는 일


두 단어는 비용 청구를 하거나, 기안을 승인할 일이 많은 회사에서 잘못 사용할 가능성이 높죠. 그렇다고 서로 바꿔 쓰다간 민망할 수 있는 단어이기도 한데요. '카드 결제’, ‘자금 결제’ 등 돈과 관련된 것은 ‘결제’를 사용하고, ‘서류 결재’ ‘문서 결재’ ‘보고서 결재’ 등처럼 서류를 검토하는 건 ‘결재’라 생각하면 됩니다.

두 단어를 외우기 위해 재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알려져 있어요. 결제는 ‘제가 하는 것’, 결재는 ‘쟤가 하는 것’이라고 외우는가 하면, 결제의 ‘ㅓ’와 ‘ㅣ’사이 빈틈으로 카드를 긁는 모습을 상상하라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어떤 방법이든 좋습니다. 결제와 결재 모두 자주하는 직장인이라면 헷갈리지 않도록 나만의 방법으로 외워둡시다!
◇ 논란의 중심이 된 '사흘'과 '심심한 사과'…진짜 뜻은?
동료 : 이번 연휴는 사흘밖에 안 되더라고요.
오성 : 4일이면 길지 않아요?
동료 : 사흘이면 3일이죠!
사흘 : 세 날 (3일)
나흘 : 네 날 (4일)
글피 : 3일 후
심심하다(甚深하다) :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


'사흘'이라는 단어를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뜨거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사흘 연휴가 4일인 줄 알았다는 사람도, 사흘이 3일이면 4일은 뭐냐는 질문도 볼 수 있었죠. 사흘이 숫자의 ‘4’의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에 헷갈린 경우일 텐데요. 사흘은 세 날, 즉 3일이라는 뜻입니다. 4일을 표현하는 말로는 나흘이 따로 있고요. 여기에 ‘글피’도 함께 알아두면 좋아요. 글피는 모레의 다음날, 즉 3일 뒤를 말한답니다.

한편, 사흘과 함께 '심심한 사과'도 논란의 중심에 섰어요. ‘심심하다’는 단어를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뜻의 동음이의어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를 두고 “하나도 심심하지 않다”, "왜 사과에 왜 심심한을 붙이느냐”며 댓글이 달린 거죠. 이처럼 잘못된 단어 하나가 불씨가 되어 충분히 큰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자주 쓰는 표현을 제대로 알아둬야 할 이유가 되겠죠.

“심심한 사과의 말씀드립니다”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쯤은 꼭 들어보는 인사예요. 이때 ‘심심하다’란 사과를 가볍게 표현하는 뜻이 아니에요. 마음의 표현 정도가 깊다는 표현을 사용해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이죠. 공적인 자리나 예의를 갖춰야 하는 상황에서 깊은 사죄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니 오해하지 맙시다.
오늘은 한 끗 차이로 나의 인상을 좌우할, 실수하기 쉬운 한자어와 우리말 사례를 살펴봤는데요. 제대로 알아두면 일상 생활에서도 평생 헷갈리지 않을 단어들이니 이번 기회에 꼭 알아둡시다! 다음 시간에도 <알·쓸·상·회>는 직장 생활 속 알아두면 좋은 용어로 찾아올게요.
장경림 기자·박현정 그래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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