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우리 회사 나무심어요오~~ 주말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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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우리 회사 나무심어요오~~ 주말에 -_-
[데이터J] 김장에 농사에 삽질, 집짓기까지?
2023. 04. 05 (수) 15:30 | 최종 업데이트 2023. 04. 05 (수) 16:38
4월 5일 식목일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나무심기'죠. 전국적으로 나무 심는 식목일은 1949년부터 2005년까지 56년간 공휴일이었다가 2006년부터 국가기념일이 됐는데요.

나무심기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요. 탄소를 흡수하는 숲이 줄고, 지구온난화로 건조해지면서 산불이 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거든요. 2일에도 충남 홍성과 인왕산에 불이 나는 등 이날 하루에만 30여 건의 산불이 났어요. 산불 대부분은 사람이 원인인데요. 쓰레기 소각, 등산객 실수, 담뱃불 순(2023년 4월 3일까지, 산림청 자료)이었어요. 이렇게 산이 홀라당 타면 회복되기까지는 무려 40년에서 100년까지도 걸린다고도 하고요. 

유한킴벌리 같은 기업들은  1984년부터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으로 2022년까지 무려 5540만 그루를 심으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위해 힘쓰고 있는데요. 점점 비재무적 가치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을 깨달은 기업들은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환경오염에 점차 신경을 쓰는 추세입니다.

반면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회사들도 있었습니다. 개인을 위한 E(환경) 조성, S(사회)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업무 외적인 일에 노동력을 동원한 경우인데요.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정도였다면, 나무라고 싶기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을 텐데요. 물구나무 서서 봐도 일상에서 벌어지는 불법으로, 사시나무 떨듯한 서늘함을 선사하여, 대나무숲에 외치고 싶은,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불변함으로 똘똘 뭉친 회사들도 있었습니다. '식목일'의 취지와 다소 거리가 멀었던, 또 다른 나무를 심었던 회사들을 <컴퍼니 타임스>가 찾아봤습니다.
◇ 1단계. 회사는 자연과 함께지, 청소는 거들뿐
나무가 있는 곳에 잔디가 있죠. 나무 심어야 한다는 리뷰엔 잔디 가꾸기가 늘 함께였습니다. 꽃도 심고, 풀도 뽑았고요. 게다가 나무 심는 날은 하나같이 주말이었고요. 이 회사들, 휴일 근로 가산수당은 제대로 주고 있는 거 맞겠죠?

 
"수많은 잡일을 해야 한다. 비올 때 나무도 심고, 잡초도 뽑고, 전구와 문고리도 갈고, 막힌 변기도 뚫으라고 한다. 개도 키우는데 밥주고 똥 치우고 산책시키고, 분리수거장 청소도 해야 한다. 직원들은 퇴사하면 '회사 탈출 축하합니다'라고 할 정도"
(⭐️1.9 강원 서비스업)

"토요일에 등산 감. 특히 이사가 주말에 불러서 산에 나무 심으러 가는 걸 좋아한다. 주말에 직원들도 보고 건강해져서 좋다. 탈출은 지능 순"
(⭐️2.0 서울 IT/웹/통신)

"전형적인 가족회사로, 가족 말이 곧 법이다. 상급자도 사장이 지시하면 꽃 심고, 나무 심고, 풀 뽑는다"
(⭐️2.1 서울 미디어/디자인)

"옥상에서 일해야 한다. 나무 심기에 물주기, 쓰레기 버리기, 설거지까지 한다. 팀장은 대표 눈치만 봄"
(⭐️2.1 서울 연구소/컨설팅/조사)

"나무 심고나면 비료주고 물 뿌린다. 이게 끝이 아니다. 개밥도 주고, 똥도 치워야 한다. 인생이 무료하고 심심하다 싶으면 도전 요망"
(⭐️2.5 충남 제조/화학)
◇ 2단계. 나무는 훌륭하다…농사와 김장에 개인 업무까지?
1단계처럼 회사에 나무 심고, 청소하는 건, 좋게 봐서 회사를 꾸미고 치우는 일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개똥 치우는 것도…회사에서 키우는 개라면 그럴 수 있다고 너른 마음으로 양보할 수 있을 겁니다. 업무상 필요한 범위는 사용자의 권한이고, 그 재량 범위도 상당히 넓으니까요. 그런데 김장에 농사라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김치 회사, 농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업무상 필요성'이 있는 일인지, 부당한 업무지시는 아닌지 의심해 보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업무 시간에 해도 문제가 될 법한 일인데, 주말에 하거나, 이로 인해 평일 초과근무까지 해야하는 상황도 있었는데요. 쉬어야 할 주말에 육체노동으로 건강이 상하면 주중에 회사 일은 대충해도 되는 걸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가족같은 회사라 노동하며 친해지게 된다. 풀뽑고 나무심고 청소하는데, 주말에 나와서 김장도 한다. 이런 것들 때문에 초과근무하기도 한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1.9 강원 제조/화학)

"직원보다 고무나무가 우선이라, 비오는 날은 밖으로 꺼내서 비맞게 해줘야 한다. 계절마다 구황작물 농사도 경험할 수 있다. 봄이면 씨감자를 사와서 사무직들 모아서 감자를 심고, 다 자라면 수확하고, 옥수수와 고구마도 직접 심어서 기른다. 추석 때 이걸로 어느 정도 현장 책임 직급에게 고구마를 선물한다. 배추와 무도 직접 길러서 겨울이 되기 전에는 2박 3일간 김장도 한다. 비닐하우스에는 알타리무와 블루베리도 있다. 일하다가 눈에 띄면 블루베리 따러 가야 한다"
(⭐️2.2 충북 제조/화학)

"경력에 도움 안 되는 업무들이 있다. 옥상정원에 비료 뿌리고, 삽질도 하고, 고추와 상추 모종을 사다 심고, 나무도 심는다. 비닐하우스도 만들고, 화분도 옮기고 변기 커버도 교체한다. 철물점 쇼핑과 건물 청소도 한다. 이 정도면 관련 부서를 하나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2.3 서울 서비스업

"업무 시간에 대표님 집 건축, 정원에 나무 심기, 기타 잡일에 분리수거 등을 시키며 갑질함"
◇ 3단계. 나무 심지는 못할 망정…나무꾼으로 데뷔?!
나무를 심어도 모자랄 텐데 뽑거나 베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무를 베는 벌목은 그 산을 소유했더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자연휴양림 조성계획을 작성하거나 승인(산림휴양법 제14조)받았거나, 지자체장 혹은 산림청 허가(산림자원법 제36조)가 있어야 하는데요.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산림자원법 제73조)에 처해집니다.

임의벌채가 가능한 경우도 있는데요. 대나무나 고사한 나무는 임의로 제거하거나 벌채할 수 있고, 산에 있는 조상묘를 관리하고자할 때 무덤 중심에서 10m이내에 있어서 해가 가려지는 피해를 주는 나무는 산을 소유한 사람에게 허가받거나 신고 없이도 임의로 잘라낼 수 있습니다. 나무를 뽑고 벤 회사들은 임의벌채가 가능한 경우였겠죠? 

 
"상사가 주말에 직원들 데리고 산에 나무 뽑으러 감"
(⭐️2.1 충북 제조/화학)

"OO산에 죽고 OO산에 산다는 마인드의 회사. 직원들은 나무도 캐러 가야 한다"
(⭐️2.8 강원 서비스업)

"일하러 갔더니 뽑힌 직무와 다르게 낙엽 쓸고, 잡초 뽑고, 비료 주고, 카페에서 커피도 타야 하고 겨울에 눈쓸고 난로도 떼고 페인트칠도 해야 한단다. 게다가 산에 가서 나무까지 해오라고 함"
(⭐️3.0 경기 서비스업)
◇ 번외편. 나무 보며 힐링하기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는 대체로 '단점'에서 언급됐는데요. '장점'에 포함된 경우 힐링할 수 있다거나, 자연과 함께하며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총만족도가 낮을수록 관리가 안 된다거나, 장점이 언급된 글자수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단독 건물이라 나무도 볼 수 있다"
(⭐️1.6 경기 제조/화학)

"깨끗한 환경, 많은 나무와 잔디밭에서 힐링하면서 회사다닐 수 있다. 반면 나무 관리를 제대로 안 해서 항상 거미줄과 벌레로 가득함" 
(⭐️1.9 경기 제조/화학)

"사무실 나와서 돌아다니면서 흙도 밟고 공기도 쐬고 나무도 볼 수 있다"
(⭐️2.1 경기 서비스업)

"나무가 많고 조경이 잘 되어있어 산책하기 좋음. 실제로 산책하시는 분들이 많음"
(⭐️2.8 서울 서비스업)

"시설이 좋은 편. 조경이 나름 좋은편. 주변이 조용. 나무가 많음"
(⭐️3.2 경북 교육업
◇ 이래도 될까?…근로기준법 위반, 직장 내 괴롭힘 될 수 있어

이처럼 나무를 심거나, 각종 사적 목적에 직원들을 동원해도 될까요? 결론은 안 됩니다. 주 40시간 이상 일하게 되면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동의했어도 주 52시간을 넘길 수 없어요. 또 근무일이 아닌 주말이라면 휴일 근로인 만큼 쓴 시간 만큼 휴일근로 가산수당(근로기준법 제56조)을 주거나 유급 대체휴일을 줘야 합니다.(참고기사☞주69시간, 역사상 가장 긴 근무시간이더라?)

이렇게 사업주의 지시로 동원돼서 일하다가 사고나 질병이 생기면 업무상 재해(산업재해보상법 제37조)로 인정됩니다. 겨울에 회사에서 매년 여는 산행행사에 참여했다가 급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사고가 있었는데요. 질병이 있었더라도 평소 일하는데 문제 없는 수준이었고, 자연적으로 나빠질 수 있는 속도를 넘어선, 급격한 악화로 사망에 이르렀기 때문에 대법원(대법원 2017두35097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은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또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서 업무 범위를 넘어선 사적인 일이나 심부름을 계속해서 시키면 직장 내 괴롭힘(근로기준법 제76조 제2항)에 해당하니 조심해야 합니다. 
안시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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