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좋은회사→구조조정…카카오엔터프라이즈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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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좋은회사→구조조정…카카오엔터프라이즈 무슨 일?
[지금이회사는] "이대로 가면 깜깜…우리 얘기 좀 하자" 직원들은 알았다
2023. 05. 15 (월) 17:26 | 최종 업데이트 2023. 05. 16 (화) 12:04
일하기 좋은 회사의 대표 격으로 손꼽혔던 카카오 엔터프라이즈다. 잡플래닛에 남겨진 기업 평가를 토대로 매년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 순위에서 종합 2위, 성장가능성 1위를 기록*했던 그 회사.
*카카오 엔터프라이즈는 2020년 잡플래닛 리뷰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정한 '2021년 주목할 기업'에서 종합 2위, 성장가능성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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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카카오 엔터프라이즈가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AI, 클라우드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로 2019년 말 카카오에서 분사해 나온 지 3년여 만이다. 
 
백상엽 카카오 엔터프라이즈 대표는 5월 12일 사내 공지를 통해 "성장성과 투자 가치 높은 클라우드 사업을 중심으로 회사 전체를 개편하는 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상대적으로 성장성,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는 비핵심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철수, 매각, 양도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표도 교체됐다. 백 대표가 물러나고 이경진 클라우드 부문장이 새 대표에 오른다. 현재 근무 중인 1000여 명의 직원들은, 재편될 조직에 남는 인원을 제외하고는 카카오그룹 내 다른 자회사로 옮겨갈 전망이다. 

역시 문제는 '돈'인 것으로 보인다. 2020년만 해도 67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던 회사는 2021년 적자 전환했다. 2021년 963억 원 수준이던 당기순손실 규모는 2022년 1612억 원으로 커졌다.
◇ 성장가능성 94%→13%, CEO지지율 89%→13%, ⭐4.51점→⭐3.43점

적자 규모 확대와 함께, 잡플래닛의 기업 평점 역시 악화돼 왔다. 2020년 94% 수준이던 '성장가능성'은 2021년 56%, 2022년 39%로 하락하더니, 올해는 5월 기준 13%까지 하락했다. 회사의 성장에 대해 10명 중 9명의 직원이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성장가능성만큼이나 드라마틱하게 변한 숫자는 'CEO지지율'이다. 2020년 89%였던 지지율은 2021년 56%, 2922년 39%, 2023년 5월에는 13%까지 하락했다. 

성장가능성과 CEO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사이, 당연한 일이지만 기업 만족도 역시 하락세였다. 2020년 4.51점이던 잡플래닛 평점은 2023년 5월 3.43점으로, 3년여 만에 1점 넘게 낮아졌다. 경영진 만족도는 같은 기간 4.03점에서 2.17점으로 하락, 2점을 간신히 넘겼다. 

잘나가던, 잘 나갈 줄 알았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이건만, 어떻게 된 일일까? 잡플래닛 리뷰 속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키워드 1. "우리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요? 방향을 모르겠어요"

최근 급격히 늘어난 리뷰 키워드는 '방향'과 '비전'이었다. 초기까지만 해도 "아직 분사한 지 얼마 안 돼 방향성이 잘 잡히지 않아 잡음이 나온다"면서도 "능력 있는 동료들이 있고 워라밸이 좋아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던 이들이 많았다. 또 "아직 커가는 단계라 성장통이 있다"면서도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라는 기대감이 보였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방향과 비전이 없"고 "지금 회사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리뷰가 급격히 늘었다. 특히 이런 평가는 '경영진에게 바라는 점'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뭘 하고 싶은 걸까요? 클라우드? AI? 메신저?" 
"회사 방향성 부재, 의사결정 부재, 우선순위가 없고 정리해 주는 사람이 없어 삽질의 연속" 
"카카오에서 B2B를 한다고 분사했는데, 아직 상품이나 비전이 명확하지 않은 느낌"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느낌. 전사 전략과 방향을 다시 수립해야 할 것 같음" 
"회사의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해 주세요. 투자 상황이 어려운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럴수록 빛나는 리더쉽을 보여주세요"
"방향성을 찾지 못해 방황중.. 많은 걸 하지만 제대로 된 서비스는 없음"
키워드2. "소통 좀 해줘요"

회사의 비전과 방향이 모호하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이 제대로 안 된다"고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구성원들이 회사 내 소통이 잘 안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지는 건지 알 수 없고, 의사결정 과정이 공유되지 않다 보니 사업부 간 업무 소통이 제대로 안 된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뒤늦게 다른 팀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는 리뷰도 있었다. 
"(경영진과) 직원들과 소통이 잘 이뤄진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빈도가 줄어들고 이젠 아예 불통 수준인 게 아쉽다"
"성장하기 힘듦. 똑같은 걸 옆 팀에서 만들고 있는 걸 볼 수 있음" 
"어떤 사업 방향으로 가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줬으면.. 크루들과 소통해 주세요" 
"설득을 위한 설득이 너무 많이 필요하며 소통이 필요한 곳에 소통이 없음" 
"소통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요. 옛날이야기 말고요"
"의사결정 과정이 공유되지 않은 채 무언가 결정돼 버림. 그 피해는 실무진이 뒤집어씀" 
"왜 그런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직원들에게 설명해 줬으면" 
키워드3. "사업확장, 복지 다 좋은데 이제는 손익도 따져야 하지 않아?" 

이는 곧 조직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구성원들은 '회사가 돈을 벌지 못하고 있어 미래가 불안하다'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했다. 적자 규모는 커지고 있는데 명확한 사업 모델은 보이지 않고, 소통이 제대로 안 되니 회사의 비전과 방향성은 알 수 없고, 회사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으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커져만 가는 모습이었다. 일부 구성원들은 "이대로 가다간 회사의 존립이 위태롭다"라고까지 경고했다. 
"카카오의 이름 아래 많은 복지와 지원을 받는 회사 하지만 미래는..카카오 지원이 끊기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음"
"매출구조 없이 투자만 이뤄지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남. 안정적 수입구조를 병행하는 사업 방향 수립이 필요합니다" 
"불안정한 미래. 계속 표류하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 없이 분사함. 지나치게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함. 경기 위축과 투자금 고갈로 내실을 거둔 사업분야가 거의 없음" 
"돈이 없어서 프로젝트 진행 시 어려움이 있음"
"캐쉬카우가 없음. 진심으로 회사의 미래가 걱정된다"
"10년 뒤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신규 먹거리 사업을 구상 중이나 번번이 실패. 기업의 존망이 위태로움" 
경영진이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일찍 귀 기울였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분명한 건 구성원들의 우려는 조금씩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카카오 엔터프라이즈가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설립 초기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구성원 만족도가 높았던 회사로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길, 함께 바라본다.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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