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일하며 찾은 '일 잘하는 법'

인터뷰
41년 일하며 찾은 '일 잘하는 법'
[왜 이렇게까지?] 김용석 성균관대 교수 <일의 본질>
2023. 07. 03 (월) 11:02 | 최종 업데이트 2023. 07. 04 (화) 09:56
 
"회사는 인생을 갈아 넣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는 곳만은 아닙니다. 사람을 만나 배우고,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 가치 있는 일을 발견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할 기회를 포착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말하고 보니 '꼰대'의 푸념 같지만, 양보할 수 없는 상식입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가 최고의 덕담이 된 요즘, 조용한 퇴사, 파이어족이 전 국민(?)의 장래 희망인 시대에 '일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는 건 언뜻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래도 '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 김용석 성균관대 교수다. 요즘 젊은이들의 일에 대한 생각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꼰대' 소리 들을지도 모르지만, 용기를 냈다. 이유는 자신이 일을 통해 행복을 찾았기 때문이다. 일을 통해 성장했고,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의 지난 41년을 돌아보자. 삼성전자에서 31년간 일하며 시스템반도체, 이동통신 소프트웨어, 갤럭시 제품 개발 등에 참여했다. 이후 성균관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10년째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틈틈이 칼럼을 쓰고, IoT 교육지원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기업 자문을 하는 데다, 성균신문사 논설위원까지 맡고 있다. 

"41년을 일했어요. 기업에서 31년, 학교로 자리를 옮겨 10년을 일했죠. 내년 8월이면 정년퇴임을 합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해 보고 싶었어요. 평범한 사람이 이런 마음으로 일하며 살아왔다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일의 본질>을 펴냈다. 41년간 직접 일해보고 느낀 소회를 담았다. 먹고 살기 위해서든, 자아 실현을 위해서든, 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 없을 터. 직장인으로서 회사에서, 일을 통해 행복을 찾는 법이 궁금했다. 그래서 물어보기로 했다.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하시는 거죠? 어떻게 일하며 행복할 수 있나요?" 
 
-31년을 삼성전자에서, 10년을 대학에서, 41년간 일하고 계세요. 교수님의 일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일이 재미있어요. 제가 80년대에 대학을 나와 입사했는데요. 처음 맡은 게 시스템반도체를 설계하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신입이 뭘 알겠어요,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아는 게 없으니 어떻게 해요 공부했죠. 공부하며 알아가다 보니 재미가 생기는 거예요. 재미있고 즐거우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 하다보니 잘하게 되더라고요.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런데 전 이 둘을 딱 나눠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입사하고 '이거 해' 해서 반도체시스템을 연구하게 된 거거든요. 시작은 그랬어요. 그런데 내 일이니까 관심을 갖고 공부하다보니까 재미가 생겼어요. 재미있어서 열심히 하니 인정해 주는 사람이 생기고, 인정받으니 더 재미있어진 거고요. 

학생들이 이 질문을 하면 먼저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해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내가 무엇을 하면 즐거운지, 좋아하는지를 찾아보는 과정은 중요해요. 이를 통해 나름대로 분야를 정하고 집중하는 과정은 필요해요. 

그런데 꼭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지 못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어요. 어떤 회사에 들어가더라도, 회사의 사정에 따라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어떤 일이든 관심을 두고 배우다보면 점점 잘하게 돼요. 잘하는 일이라는 게 따로 있는게 아니더라고요. 잘하다 보면 인정받게 되고, 좋아하게 되고요. 그러니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꼭 나눠서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요즘 학생들 보면 취미를 일로 만들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런데 취미와 직업이 딱 맞아떨이지는 게 쉽지 않죠. 직업으로 삼지 못했다고 그 일을 못하는 게 아니잖아요. 좋아하는 일은 그것대로 즐기며 하면 되죠. 그러다 보면 또 다른 길이 열릴 수 있고요. 

하지만 중요한 건, 내 일을 좋아하게 되는 건 결국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오더라고요. 
-파이어족, 조용한 퇴사 같은 말이 유행이잖아요. 퇴사는 행복의 다른 말로 쓰이기도 하고요. 일은 행복의 반대편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그냥 쉬는 2030세대도 많아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옛날과 많이 달라지긴 했어요. 새로운 것,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하는 시대니 그만큼 힘들거예요. 부모님 세대는 열심히만 하면 잘 됐다던데, 열심히 한다고 잘 될까 생각하는 청년들도 많아진 것 같고요. 

회사가 사람을 기계처럼 돌리고 괴롭히는 대가로 월급을 준다고 생각하면 회사에 다닐 필요가 없어요. 일은 회사의 목표를 수행하는 것도 있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함께 '우리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일이거든요. 회사만 잘 되는 것이 아니라 나도 함께 잘 되는 게 일이라는 거죠. 

회사를 통해 돈을 얻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 경험이라는 가치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31년을 삼성전자에서 일했는데 그때 얻은 경험이 지금의 제 경쟁력이거든요. 그 경쟁력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됐고 많은 기회가 열렸죠. 회사에서 전력을 다해 일할수록 경험의 가치는 올라가요. 이런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요. 이게 일하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41년간 일하며 그만하고 싶다, 쉬고 싶다는 생각하신 적은 없어요? 

몸이 힘들어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죠. 삼성전자에서 갤럭시를 개발할 때인데, 일하다 열흘정도 병원 신세를 진 적도 있어요. 서너 시간 자면서 일하던 때였거든요. 그래도 나름대로 적절하게 쉬어가면서 일하려고 했어요. 


-책에서 잘 쉬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지치고 힘든 상태가 계속되기도 해요. 그러다 보면 일을 그만두고 싶다,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요.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잘 쉰다는 건 뭔가요?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은 참 박진감과 로맨스 넘치는 삶을 사는 것 같잖아요. 눈을 돌려 내 인생을 보면 참 심심하기 그지없어요. 그런데 세상이 뒤집어지는 재미나 사랑은 일종의 환상인 것 같아요. 그런 재미는 오래가지 못하거나 더 자극적인 재미를 찾게 만들죠. 

재미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사소한 재미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재미라는 게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저마다 재미있는 게 있을 거예요. 

저는 집이 제 휴식처였어요. 힘든 일이 있을 때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서 재충전이 됐어요. 아무리 바빠도 봄, 가을은 휴가를 내고 무조건 가족 여행을 갔어요. 그게 나름대로 즐거움 중 하나였어요. 신체적인 휴식뿐 아니라 정서적인 면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가족에게서 얻었죠. 

바빠도 짬을 내서 팀원들과 술도 한잔하고, 책을 읽고, 음악회나 미술관에 가고, 이런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 제겐 쉼이었고, 지칠 때 힘이 됐어요. 
-일을 잘한다는 건 뭘까요? 일 잘하는 방법이 궁금해요. 

첫째는 '즉시 대응'하세요. 이메일만 주고받아도 일 잘하는지 보여요. 메일에 즉시 답이 오는 사람이 있고, 한참 걸리는 사람이 있죠. 일 처리 빠른 사람은 검토 후 언제까지 일을 하겠다고 즉시 보고 해요. 일단 답을 빨리 해야 해요. 윗분이 무리하게 납기를 요구하는 경우에도 일단 해보고 나서 늦어진다고 답을 해야 해요. 처음부터 늦을 것 이라고 이유를 말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둘째는 세상의 변화를 파악하세요. 세상의 변화에 맞춰 꾸준히 공부해야 해요.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요. 어떤 분야라도 기술의 방향을 이해해야 해요. 기술을 익히고 공부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해요. 

셋째는 시간이 아닌 업무 목표를 중심에 두고 일하세요. 정해진 시간만 일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곤란 해요. 그러다 보면 시간만 때우면 됐다, 성과나 업무 완성도에 대한 고민이 덜하게 돼요. 그래야만 같은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일해야 하나, 먼저 일을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는 겁니다. 아주 중요해요. 지금 문제가 무엇인지, 무엇을 해결하기 위한 일인지, 문제를 명확하게 하세요.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야, 그다음 이걸 어떻게 풀 것인가 방법을 찾을 수 있어요. 

그다음 이 문제를 어떤 순서로 풀어낼 것인지 프로세스를 고민하세요. 역할, 순서를 정리해 보는 거죠. 그래야 전체적으로 시간을 단축해 빨리 처리할 수 있어요. 

짧은 시간, 많은 일들을 한 번에 처리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게 가능한 것은 문제 정의와 프로세스가 잘 정립돼 있기 때문이에요. 반면, 일이 오는 대로 이것 했다가 저것 하게 되면, 일이 느리고 문제가 제대로 해결이 안 돼요. 문제정의와 프로세스 정립을 못 해서 그래요. 


-실무자로서 일을 잘한다는 것과, 리더나 관리자로서 일을 잘하는 건 다르잖아요. 리더나 관리자는 어떻게 일해야 할까요? 

관리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겁니다. 가장 중요해요. 토양을 잘 가꾸면 거기에서 자라는 식물은 잘 자라게 됩니다. 조직원 개개인이 각자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항상 인지할 수 있도록 꾸준히 설명해 주세요. 개개인들의 합이 조직의 성과로 나타난다는 것을 잊지 말고요. 관리자가 혼자서 잘하는 건 일을 잘하는 게 아니라는 걸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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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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