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지옥 같다"는 1.6점 그 회사, 욕설은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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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지옥 같다"는 1.6점 그 회사, 욕설은 기본
[지금 이 회사는] "바라는 건 인간적 대우"
2023. 07. 06 (목) 17:24 | 최종 업데이트 2023. 07. 06 (목) 17:59
어제(7월 5일) ‘어느 우수 중소기업의 '지옥 같은 회의 시간'’이란 제목의 MBC 보도 이후 온라인이 떠들썩하고 있다. 해당 뉴스 보도 영상은 100만 조회수를 넘어섰고, 60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국민들의 높은 관심 때문에 회사 웹사이트는 트래픽 폭주로 진작에 다운됐고, 잡플래닛 일간 인기 검색어 2위(7월 5일), 1위(7월 6일 오후 3시 현재)에 올랐다. 그만큼 회사가 한 일이 비상식적이란 방증이다. 시장을 개척하고 꾸준한 수익을 내온 이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살펴봤다.
◇ 어떤 회사?…흙막이 기술로 43억 원 매출 올린 곳

2001년 설립된 이 회사는 조립식 흙막이, 방호벽, 설비 임대, 토목 관련 설비 제작 등 건설 관련 일을 하고 있다. 회사 소개를 보면 "독일 SBH사와 제휴해 기존 흙막이 공법 대체 공법을 연구 개발해 흙막이 공사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고 돼 있다.

적자를 냈던 2021년과 달리 2022년에는 43억 4090만원의 매출과 9610만 원의 이익을 올렸다.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4429만 원 가량(국민연금 기준)이고, 잡플래닛 입력 데이터로 본 전 직종 평균 연봉은 3965만 원이다. 

직원들은 "제품 경쟁력은 있다" "그나마 마진율이 좋아서 운영되는 회사" "업계에서 인지도가 있어서 쉽게 망하긴 힘들 회사" "하수도 관로 공사가 꾸준해서 매출 안정성은 있다" "아이템이 좋아 회사가 잘 굴러감"이라고 회사에 대해 말한다. 미래 성장 가능성과는 별개로 현재 수익성은 괜찮은 곳이라는 말이다.

이랬던 회사가 '갑자기 왜?' 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잡플래닛 리뷰를 살펴보니 하루이틀 된 일이 아니었다. 전·현직원들은 문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대기업 건설사 출신인 대표(74세)를 가리켰다.

그는 제55회 발명의날 시상식에서 최고령 수상자로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을 수상하는 등 꾸준히 기술 개발에 힘써왔다. 각종 특허권 보유 의장등록출원, 실용신안등록 등도 이어온 그의 어떤 행동 때문에 세상이 떠들썩해졌을까.
◇ 제왕적 대표, 말이 곧 법?

먼저 보도 속 상황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수시로 들먹이는 해고 협박, 욕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로 후 보복(해고, 급여 미지급 등)이다. 모두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다. 회사의 잡플래닛 평점은 1.6점. 2점대를 기록했던 해는 2015년과 2017년 단 두 차례다. CEO지지율은 7%에 불과했다. 기업추천율은 통계로도 낼 수 없는 수준이다.

먼저 가장 빈번하게 언급된 건 욕설이다. "대표 폭언과 욕설로 사람들이 떠난다" "고령의 대표의 막말로 퇴사자 많음" "20년 전 건설현장에서 상하복종하는 분위기. 대표의 막말과 쌍욕이 도를 넘는 곳" "겁나게 욕먹으면서 일해서 멘탈은 튼튼해짐" "정신적 고통 심함” “분위기 험악 그 자체"라고 구성원들은 증언한다. 

일 하면서 대표와 만날 일이 그렇게 많을까 싶은데, 리뷰에 따르면 모든 업무 시스템이 대표의 손을 거쳐야 한단다. 대표와 마주칠 때 욕설과 폭언은 기본 옵션인데, 전자 시스템 결재도 불가능해 직접 결재를 받으러 가야 해서 피할 수도 없다는 것. 물론 결재를 받으러 가지 않아도 직접 와서 욕을 퍼붓기도 한다고.

분노 조절을 못하는 상황도 있었다. 특히 지옥 같다고 언급된 그 회의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회의가 하루에 기본 1~3시간" "본인이 흥분하면 서류를 찢어서 집어던진다" "회의 때 혼자 떠들다 끝난다. 너무 많이 하는데 욕먹는 게 전부" "의견이 맞는지 여부는 중요치 않다. 대표가 맞다고 하면 맞는 곳"이라는 것.

제왕적 태도로 군림하는 모습도 있었다. "독불장군" "사장은 왕 직원은 노예" "사장이 출퇴근하면 모두 기립해서 인사해야 한다"거나 "일방적 연설" 등의 리뷰가 눈에 띄었다. 극심한 스트레스 환경 등 심리 사회적 요인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혹은 공황장애 발병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입사 3개월 만에 공황장애가 생겼다는 한 직원도 있었다.
◇ 높은 이직률과 해고…퇴사율 143%

해고도 법망을 무시했다. "사장 마음에 안 들면 직원 쉽게 자른다"고 하는데 또 다른 직원은 "1년 이상 버티면 오래 버틴 것"이라며 "경영진의 의사로 퇴사자가 다수 발생"한다고도 했다.

이런 여건에서 버틸 수 있는 직원이 얼마나 될까? "이직률이 매우 높다. 가끔 심각한 상황까지 목격한 경우도 있다" "사장님이 안 착해서 이직이 잦다" "직원에 대한 존중이 결여돼 있다. 인원이 자꾸 바뀌는 이유를 성찰해 봐야 한다"고 전·현직원은 언급했다.

프리미엄 리뷰에서 '회사에 잘 적응하는 사람 유형'을 묻는 질문에 전·현직원들은 "웬만한 사람 아니면 적응하기 어렵다" "군대문화에 최적화된 사람이면 가능" "적응할 수 있다면 대단한 사람. 하지만 사람이라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회사의 퇴사율, 2023년 6월 기준, 지난 1년간 143%(국민연금 기준)다.

한 퇴사자는 "욕설 및 폭언으로 퇴사한 직원들의 급여와 퇴직금을 안 줘서 현재 지역 관할 노동청에서 조사중이다. 저를 포함한 퇴사직원들 대부분 신고 중이다. 사실 확인도 가능하다"고 리뷰를 남겼다.

고용노동부는 이 건에 대해 "사용자의 근로기준법 제8조(폭행의 금지) 및 제76조의 3 제6항(불리한 처우 금지) 위반에 대한 형사 처벌 절차를 진행중"이라며 "사용자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해서도 적극 조사하여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근로감독을 실시해 전반적인 법령 위반 사항을 조사했고 임금체불, 임금명세서 미교부, 취업규칙 미신고 등에 대한 위반 사실에 대한 시정 지시 후 완료도 했다고 덧붙였다.
◇ 채용공고엔 있는데 쓸 수 있는 복지는 없다?

일하기 좋은 회사인지 판단할 수 있는 또다른 지표 중 하나는 복지다. 직원들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볼 수 있는 간접 지표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복지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채용공고를 먼저 살펴봤다.
 
가족수당, 생일선물, 파티, 결혼기념일 선물, 워크숍, 구내식당, 점심식사 제공, 저녁식사 제공, 식비 지원, 음료제공(차, 커피), 회식강요 안 함, 야근강요 안 함, 연차, 여름휴가, 경조휴가제, 반차, 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남성출산휴가


대략적인 내용들인데, 이것만 보면 좋은 회사 같다. 실제로 일하기 좋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것들이 포함돼 있는데, 남성출산휴가, 생일파티, 회식 및 야근 강요 안 함 등이 그런 복지 중 하나다. 문제는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가 여부다. 직원들은 뭐라고 말할까.
 
"복리후생과 급여 수준이 회사 수준에 비해 뒤떨어짐"
"중식 제공 외 복지는 없음. 근무환경과 분위기 열악, 분위기 최악, 대표의 욕설"
"복지가 전혀 없고 쓸 것도 없다"
"자녀가 있는 경우 매월 수당을 조금 챙겨주긴 하는 것 말곤 모르겠다"
"연차, 점심식사 제공 외 그 어떤 것도 없고 심지어 명절 선물이나 명절 귀성비도 없다"
"탕비실에 옛날 설탕 프림 커피를 타서 먹어야 한다"
"샌드위치데이는 간간히 시켜준다"
"회식을 가끔 하긴 하지만 거의 없다시피 하다. 몇몇 직원 불러서 저녁식사와 함께 간단히 음주하는 정도"


이제 위 항목에서 실제로 제공된다는 복지로 리뷰에서 언급된 것들만 남겨보자. 물론 언급되지 않았지만 시행 중인 복리후생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참고가 필요하다. 
 
가족수당, 구내식당, 점심식사 제공, 식비지원, 음료제공(믹스커피), 연차, 회식 강요 안 함

야근이 없다고 했지만 "사장님, 회장님이 퇴근 안 하면 다같이 퇴근 못해서 30분씩 늦게 퇴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연차는 대표에게 직접 결제 받아야 한다"고 전현직원들은 리뷰에 남겼다. 

산전후 휴가를 부여한다고 돼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연차를 "눈치 보여서 선뜻 쓰기 힘들다"는 응답이 62%에 달했다. 또 1년 이상 근속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리뷰를 볼 때 이 제도를 사용할 시도를 해본 직원들 숫자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복리후생 그 이상으로 직원들이 바라는 건 "전문 경영진으로 교체" "인격적인 대우"였다. 그럼에도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보고 있는 직원들이 많다는 것에서 무력감이 읽혔다.
안시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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