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일용직 한 날부터 계약직 시작이라 연차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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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일용직 한 날부터 계약직 시작이라 연차없다고?
[혼돈의 직장생활] "근무시작일은 '계약직 된 날'로 규정 바뀌었어요"
2023. 08. 02 (수) 14:14 | 최종 업데이트 2023. 08. 03 (목) 13:05
 
"A회사의 물류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다 퇴사했습니다. 그런데 연차 초과 사용분을 급여에서 공제한 뒤 마지막 급여를 지급한다고 해요. 확인해 보니, 제가 계약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입사한 날짜는 작년 4월인데,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하기 4개월 전에 일용직으로 하루 근무한 적이 있거든요. 

회사는 일용직으로 근무한 날부터 계약 관계가 시작된 것이라고 해요. 그런데 일용직으로 근무한 뒤부터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쓰기 전까지 4개월간 한 달에 하루 이틀 정도 일용직으로 일했어요. 일용직이니까 당연히 지원하지 않은 날은 일을 안 했고, 그래서 계약직 계약서를 쓰기 전까지는 대부분 근무하지 않았어요. 

회사 설명으로는 '일용직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데, 이런 경우 일용직 근무 시작일부터 계약 기간이 시작된다. 그때부터 1년간, 즉 365일의 80% 이상 출근을 해야 연차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 기간 출근일이 80%가 되지 않아 연차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연차를 사용했다. 그러니 사용한 연차만큼 빼고 남은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작년 4월에 계약직 근로계약서 작성한 뒤 근무했고, 올해 4월 근로 기간이 1년이 돼 연차가 발생한 것으로 회사가 관리하는 근태 앱에서 확인했거든요. 그래서 남은 연차를 다 사용한 뒤 퇴사 의사를 밝혔고요. 이걸 미리 알았다면 연차를 쓰지 않았겠죠. 

계약직 근로 시작을 언제로 보는지에 따라 사용한 연차를 급여에서 공제할지, 말지가 정해지는 상황이에요. 근무 시작일은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시점부터 계산해야 하지 않나요?" 
<컴퍼니타임스>에 연차 사용 관련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흔히 '1년간 일하면 연차가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출근을 얼마나 했는지에 따라 연차는 생길 수도, 안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는 연차 유급 휴가에 대한 규정을 정해두고 있는데요. '1년간 80% 이상 출근'했을 때 근로자는 15일의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어요. 근로 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1년간 80% 미만 출근한 근로자는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고요. 다만, 업무상 부상이나 질병으로 일하지 못했거나, 임신과 출산, 육아로 쉰 기간은 출근한 것으로 봅니다. 

◇ "1년간 80% 이상 출근해야 15일 유급휴가"

그래서 이번 사연의 경우, 근로 시작 시점을 언제로 보는지에 따라 연차 사용의 정당성 여부가 정해지는 상황인데요. 만약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일용직으로 일한 시점부터 계약이 시작된 것으로 보면, 1년 중 출근일이 80%가 안 되니 15일의 유급 휴가는 생기지 않는 거죠. 다만 1개월 개근을 했다면 그에 대한 1일의 유급휴가가 생기는 데, 1개월 중 하루라도 결근을 한 적이 있다면 1일의 유급휴가는 생기지 않고요. 

쟁점은 '일용직으로 일한 시점을 계약직 근로 시작으로 볼 수 있느냐'에 있는데요. 이에 대해 노무사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 "단절 없이 일했다면 계속 근로 가능…단절 기간이 길면 계속 근로라 보기 어려워"

"회사 측에서는 일용직, 계약직 모두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계속 근로'를 주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용직 근무 후 계약직 근로계약서 작성까지 짧지 않은 공백이 있었어요. 일하지 않은 기간이 3개월 이상이라 '계속 근로'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행정해석도 '일용근로자가 1월 또는 1년 중 출근하지 않은 날이 상당 기간 계속되거나 이런 날들이 단속적으로 포함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를 계속 근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고요. 그래서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쓴 날부터 근로가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아요." (새내기 노무사 B씨) 


"근로계약서를 봐야 정확하기는 합니다. 일용계약서에 근로계약 기간이 적혀있을 텐데, 하루면 일용계약서, 만료 기간이 없거나 수개월 또는 1년이면 일용근로계약이 아닌 건데요. 그러니 하루짜리 근로계약서를 썼다면 근로계약은 하루로 끝난 거죠.

만약 단절 없이 다음 계약서가 이어졌다면 계속 근로가 인정됩니다. 예를 들어 하루짜리 근로계약서를 매일매일 썼다면 계속 근로한 것이 되죠.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잖아요. 계속 근로가 시작된 시점의 첫 번째 계약서, 작년 4월에 작성한 1년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적은 날이 입사일이 된다고 봐야죠." (30년 차 노무사 C씨) 
◇ "규정 바뀜. 계약직 계약서 쓴 날부터 근로 시작 인정"

경력 기간에 상관없이 노무사들은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쓴 시점부터 일한 시간으로 봐야 하고, 이때부터 계산하면 1년 중 80%를 근무했으니 연차는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A회사는 왜 일용직 근무 시점부터 계속 근로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까요? A 회사에 물어봤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규정이 바뀌어서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쓴 날부터 근로를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어요. 현장에서 바뀐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혼란이 생긴 것 같은데요. 해당 근로자는 바뀐 규정으로 정당하게 연차를 사용한 것으로 적용해 드릴 예정입니다. 당초 일용직 근무한 날부터 일을 시작한 것으로 보면, 근로일이 늘어서 퇴직금 산정 기간도 늘어나니까 근로자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인데, 일용직 근로와 계약직 근로는 따로 보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계약직 근로계약서 쓴 날부터 근무일로 산정합니다. "

일용직 근무 시점부터 보면 퇴직금 산정 기간이 늘어나는 건 맞습니다. 예를 들어 일용직으로 처음 일한 후, 쭉 쉬다가 4개월 뒤에 계약직으로 근무를 시작한 경우, 일용직으로 처음 일한 날부터 근로일로 치면, 4개월간 일은 안 했는데 퇴직금 산정 기간에는 포함되거든요. 퇴직금 액수는 퇴사 전 3개월동안의 통상임금에 일한 기간을 곱해서 정해지니까, 일한 기간이 늘면 퇴직금은 늘어나죠. 

회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연차 사용을 두고 종종 혼란이 있었나 봅니다.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A회사를 상대로 근로자가 제기한 연차수당 미지급 신고 건수 및 처리 현황'을 살펴보니 2021년부터 2023년 6월까지 25건이 접수, 12건의 위반 사항이 확인돼 시정조치가 됐다고 해요.

바뀐 규정, 현장에서도 잘 적용해서 근로자들 깜짝 놀라는 일 없이 회사와 평화롭게 이별하고, 직원에서 고객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이동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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