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시간 일하고 월 300, 누구나 가능? 이런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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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 일하고 월 300, 누구나 가능? 이런건 없어요
고수익 재택 알바? '혹'하지 말고 신고하세요
2023. 12. 08 (금) 11:03 | 최종 업데이트 2023. 12. 08 (금) 11:53
고수익 재택 알바 사기 문자 받으면 신고하세요
쇼핑몰 구매대행 고수익 재택 알바 모집 문자
요즘 이런 문자, 하루에도 몇 건씩 받는 분들 많으시죠? 하루 두어 시간만 일하고 월 300만 원까지 벌 수 있다니, 혹하는 마음이 듭니다. 생각만 해도 꿀이잖아요. 그런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이렇게 좋은 일자리가 문자로 제안이 온다고? 궁금함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문자에 있는 카카오톡 채팅 링크를 통해, 꿀알바(가명) 매니저님께 연락해 봤습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다는 오랜 꿈(?)이 이렇게 갑자기 실현되는 걸까요?! 

대화를 정리해 보니 이런 일입니다. 
①꿀알바 매니저님이 가입하라는 쇼핑몰에 가입합니다.
②꿀알바 매니저님이 말하는 금액을 '내 돈'으로 충전합니다.
③꿀알바 매니저님이 사라고 하는 물건을 이 돈으로 삽니다. 이때 배송 주소는 꿀알바 매니저님이 말해 준 주소를 적고요.
④제가 물건을 산 후 주문번호를 전달하면, 꿀알바 매니저님이 물품 구입 비용에 수익금을 더해 주겠답니다.
⑤수익금은 매번 달라서 얼마나 생길지는 모르지만, 하루에 5만 원에서 8만 원은 벌수 있대요.
⑥말로는 이해가 어려우니 지금 당장 한번 해보자며 온라인 쇼핑몰 주소를 보내주며 가입하라고 하네요. 

결국 제 돈으로 물품을 대리 구매 해 주면, 대리 주문한 금액에 따라 수익금을 준다는 얘기인데요. 물건을 대리 구매해 주면 수익금이 생긴다고? 어떻게? 

매니저님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기업이 요구하는 물량을 공장가로 사서 도매가로 판매하는데, 여러 사람이 구매를 해서 공동구매 형태가 돼 싸게 살 수 있어서 마진이 남는다. 이게 수익금이 된다"고요. 여러 기업들이 이런 오더를 주는데 "상품홍보나 재고 소진, 수출판매, 회사 매출 상승 등 여러 이유"가 있다고 하네요. 
 
쇼핑몰 대리구매 고수익 재택 알바 모집자와 주고받은 카톡
쇼핑몰 대리구매 고수익 재택 알바 모집자에게 카톡으로 물어봄
궁금함은 여전히 남았어요. 입금하고 구매도 했는데 정말 수익금이 들어올까? 수익금은커녕 물품 구매한 돈도 안 들어오면 어떻게 하지? 카카오톡으로 톡만 주고받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그나저나 이런 거래가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 건가? 

꿀알바 매니저님은 "5만 원에 신뢰가 깨질 일은 절대로 없다"면서 "그 정도 금액으로 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이면 이 일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업자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사진도 보내주셨죠. 하지만 여전히 못 믿겠더라고요. 매니저님과 제가 대화를 나눈 시간은 고작 17분, 매니저님 얼굴은커녕 이름이 실명인지도 믿기가 힘든걸요... 쌓인 신뢰가 없는데 어떻게 믿냐고요... 계속 미심쩍어하자 꿀알바 매니저님은 쿨하게 말하셨어요.

"못믿겠으면 하지 마세요~" 

꿀알바 매니저님과 카톡을 나눈지 이틀 후, 꿀알바 매니저님과 나눈 대화창에는 "제재된 채널로 채팅이 불가합니다"라는 문구만 뜰 뿐, 더이상 대화를 나눌 수 없었어요. 그렇게 꿀알바 매니저님은 사라지고 말았네요. 
사실 그렇잖아요.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고 돈도 많이 주는 좋은 일자리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무작위 문자로 보낸다? 이상하잖아요. 이렇게 좋은 돈벌이가 있다면, 이런 식으로 내 앞에 주어질 리가 없다 싶은걸요. 

모르는 사람이 너무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제안하는 건, 뭔가 미심쩍은 일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라는대로 구매를 했는데 연락이 끊기면 수익금은커녕 물품 대금도 받지 못하니 사기일 수 있고요. 문제없이 돈을 돌려받는다 해도 매출 조작, 허위 실적을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이니 합법적일리가 없고요. 

아니나 다를까, 실제 비슷한 유형의 사기를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미 언론에 많이 보도됐더라고요.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일'이라며 쇼핑몰 구매 대행 아르바이트생을 모집, 수수료와 상품 대금을 지급해 주겠다더니 결국 환급을 해주지 않고 잠적, 수천만 원의 피해를 본 사례가 있고요. 이 과정에서 실제 존재하는 쇼핑몰의 사업자명과 사업자등록번호, 주소 등이 도용당하기도 했고요. 위에 대화 내용과 비슷하죠? 

각종 채용 플랫폼 이름을 도용해 불법 구인을 하거나 유도하는 범죄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채용 플랫폼에 거짓 채용 공고를 올려 지원자를 유인한 뒤 불법적인 일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고요. 2023년 4월에는 부산에서 스터디 카페 알바 공고를 보고 면접에 간 여성이 성범죄를 당해 결국 사망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 규모가 커지자 이를 막기 위해 생긴 비영리 단체가 '한국직업정보협회'입니다. 채용 플랫폼들이 힘을 모아 올해 6월에 설립됐어요. 'HR 플랫폼 악용 사례 통합 신고 시스템'(바로가기)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시스템을 통해 신고를 받으면, 협회는 경찰청과 고용노동부 등에 정보를 공유하고, 수사를 의뢰합니다. 채용 플랫폼은 문제가 되는 사업장의 계정을 정지하거나 가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요. 이외에도 구직자 피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에요. 

11월 한국직업정보협회에는 총 44건의 신고가 접수됐는데요. 피해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이렇습니다. 
한국직업정보협회에 신고 접수 된 채용 관련 범죄 피해 유형
 
쉬운 알바, 좋은 일자리가 있다고 하면서 접근하는 경우
▶ 기업의 구체적인 정보를 밝히지 않고,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는 경우
▶ 사업장이 아닌 밀폐된 공간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면접을 보자고 하는 경우
고액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하는 등 현실적이지 않은 보수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
▶ 웹발신 문자로 (플랫폼사명)을 사칭하거나 카톡, SNS 등으로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 채권 회수, 비대면 채용 등 보이스피싱 관련 의심 업무를 유도하는 경우

사기, 범죄는 저지르는 놈이 가장 나쁜 건 틀림없습니다. 다만 이것과는 별개로 중요한 건 안 당하는 거잖아요. '쉽게' '고수익' 이 둘은 결코 어울리는 단어일 리 없어요. 사기꾼들은 사람들의 약한 마음을 파고든다고 하죠. 지금 당장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혹하지 맙시다.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어요. 

이런 문자를 받았거나, 이상한 채용공고를 발견했다면 신고하자고요. 다른 피해자를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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