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가 말해도 안 되는 건 안 돼요"

인터뷰
"대표가 말해도 안 되는 건 안 돼요"
['완소'기업 인터뷰] 장지석 에이스프로젝트 부사장
2020. 06. 25 (목) 12:33 | 최종 업데이트 2021. 12. 09 (목) 09:29
적나라한 비판과 송곳같은 지적들이 난무하는 잡플래닛 리뷰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기업들이 있다. 이른바 잡플래닛이 '주관적'으로 선정한 '완소'기업들이다. 잡플래닛 에디터들이 '절대 망하면 안 되는 기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은 특징이 있다. 평점이 갑자기 높아지거나 낮아지지 않고, '나쁜' 리뷰가 올라와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전체 평점 역시 3점대 후반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이들은 어떻게 '완소' 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잡플래닛이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등대' 또는 '오징어배'로 불리는 회사들이 있다. 게임이나 IT 기업들의 사무실 불이 새벽까지 꺼지지 않아 생긴 별명이다. 그만큼 야근과 철야가 많다는 얘기다. 게임 업계에서는 '크런치(Crunch) 모드'라는 용어도 공공연하게 쓰인다. 게임 출시일을 맞추기 위해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가며 강도높은 업무 일정을 소화해내는 것을 말한다. 

악명 높은 게임 업계에서 에이스프로젝트는 '칼퇴(정시퇴근)'로 유명하다. 2018년에는 잡플래닛과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워라벨(Work-life balance) 실천 기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실제 잡플래닛 설문조사에 응답한 에이스프로젝트의 전현직 응답자 중 71%는 '일주일에 야근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86%의 응답자는 일 평균 근무 시간이 '8~9시간'이라고, 회사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꼽은 이들이 62%에 달한다. 

"야근이 있기는 해요. 개발 마감일은 있고, 작업 마무리를 담당하는 파트는 일감이 밀릴 때도 있죠. 퀄리티를 높이고 싶은 욕심 때문에 지연되기도 하고요. 다만 이를 막기 위해서 일정 관리에 공을 많이 쏟고 있어요." (장지석 에이스프로젝트 부사장)
 
◇"'워라벨' 비결은 안되면 안된다고 말하기…'스케줄 거부권'" 
에이스프로젝트는 2010년 설립한 스포츠 게임 전문 개발사다. 2013년 컴투스가 퍼블리싱한 '컴투스프로야구 for 매니저'를 시작으로 'MLB 9이닝스 매니저', '직봉총교두' 등 주로 야구게임을 전문으로 선보여왔다. 

정지석 부사장은 워라벨 비결로 ‘일정관리’를 꼽았다. 에이스프로젝트는 프로젝트 별로 일정을 관리하는 '스크럼 마스터' 역할을 두고있다. 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크런치 상황을 방지하도록 했다. 일정 내 마감이 불가능할 경우 담당자는 '스케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담당자가 '마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일정은 연기된다. 

"'일정 내 소화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고 이 의견이 실제 반영되는 것은 동료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에요. 수평적인 구조로 구성원 개개인이 의견을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자부해요. 대표가 의견을 내도 프로젝트를 가장 잘 아는 담당자가 안된다고 하면 안 되는 일이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가 마련돼있다는 점이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이라고 생각해요."
◇ "설득하거나, 설득당하거나, 떠나거나…의견은 자유롭게, 의견은 의견일 뿐" 
'룰을 만들지 않는게 룰'이라는 철학으로 시작한 에이스프로젝트는 설립 10주년을 앞두고 35명의 구성원이 함께 일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함께 일하는 이들이 늘자, 고민 끝에 '일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역할에는 권한이,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시키는 일만 하면 시키는 일만 하게 된다' '설득하거나 설득 당하거나 떠나거나' 등의 문구는 언뜻 비장해보이기까지 하다. 

"고민 끝에 만들어진 문화들이에요. 게임 회사라는 특성상 회의가 많아요. 게임은 취향에 가깝고 답이 없는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비판을 하자면 수백가지 비판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답 없는 비판만 오가다보면 일이 진행이 안돼요.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한 끝에 대안이 있는 비판을 하자, 의견은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감정을 섞어 공격하거나, 피드백을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말자는 취지에서 만든 문화들이에요." 

흔히 회사에 회의가 많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잡플래닛 익명 리뷰에는 회의라는 키워드에 '대안 없이 비판만 오간다'거나 '대표님 훈화 말씀으로 끝난다'는 등의 의견이 적지 않다. 
 
에이스프로젝트의 리뷰에서 눈에 띄는 점은 회의에 대한 평가다. 실제 잡플래닛이 진행한 설문에 참여한 에이스프로젝트 전현직 응답자들 중 77%는 하루에 2~3회 회의를 한다고 답했다. 대신 업무 관련 정보는 수시로 피드백을 주고받아 주요 의사결정, 이슈에 관한 회의를 주로 열고, 참석은 주제와 관여도에 따라 본인이 선택해 참여할 수 있다. 

회의 만족도는 어떨까? '우리 팀 전체 회의 분위기는 어떤가'라는 질문에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응답과 '즐겁고 재미나다'는 응답이 각각 37%, '만족스런 업무공유'라는 응답이 21%에 달했다. 

이렇게 이뤄진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전현직 직원의 75%가 합리적인 편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25%는 '매우 합리적'이라고 답했다. 서로 주고받은 피드백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88%의 응답자는 업무 수행시 지속적이고 가치있는 피드백을 자주 또는 가끔 받는다고 답했다. 
◇ "차기작 함께 할 동료를 찾습니다" 
지난 2016년 에이스프로젝트는 '창조직무' 채용을 실시하며 눈길을 끌었다. 회사가 정한 직무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직접 본인이 일할 직무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역량은 뛰어난데 회사에서는 적합한 업무를 찾을 수 없는 지원자들이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이들이 직접 직무를 제안하면 어떨까 해서 시작했어요. 당시 영상홍보 분야와 마케팅 직무를 새롭게 정의해 입사하신 분들이 여전히 근무 중입니다. 장기를 살리는 방향으로 업무 범위를 넓혀가고 있어요. 창조직무 채용은 기회가 되는데로 또 진행할 예정이에요." 

에이스프로젝트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차기작이다. 8년 전 세상에 내논 '컴투스프로야구 for 매니저'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 그만큼 눈에 띄는 후속작이 나오지 못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동료를 찾고 있다. 

"야구 게임이 손이 많이 가요. 야구는 야구대로 가면서, 이번에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가볍게 개발할 수 있는 방법도 논의 중이에요. 사업적인 마인드가 있는 프로그래머를 찾고 있어요. 경력은 중요하지 않아요. 다만 타인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진 동료를 찾고 있습니다."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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